"한국입장 김일성에 전할용의 있다"|한국 앞둔 이시바시 전 일 사회당위장 회견(동경 최철주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지금까지 한국을 공식인정하지 않던 일본 사회당의 이시바시(63)전 위원장은 12일 방한에 앞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한국 측의 견해를 북한 김일성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라도 맡아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의 한국방문이 끝난 이후 동경에 파견될 것으로 알려진 북한 노동당의 일본방문단대표와도 만나 한국정부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귀하는 대한정책의 수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당의 신 선언을 발표하여 적극적인 대한교류를 시도했으나 86년 위원강직에서 물러나면서 좌절되었다. 현 사회당의 대한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사회당은 기본적으로 의견이 서로 다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창당이래 좌파·우파로 나뉘어 있다. 나는 늘 연합전선 적인 정책을 취해 왔으며 여러 갈래의 의견을 종합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조직 인으로서 문제가 있었지만 위원장으로 있을 때 대한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직접 한국에 갈 것까지 생각했으나 그때 한국정부는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사회당이 한국을 인정치 않고 있기 때문에 그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 인가.
▲나는 한국을 인정치 않는다고 말한 적이 없다. 북한 김일성 주석과 만나서도 나는 한국을 한국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사회당을 오해하고 있는 것은 일한 기본조약에 우리가 반대하고 있으며 또 북한과 교류를 깊이하고 있는데 다 한국의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해 온 야당 및 재야세력에 심정적으로 지원해 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당이 거듭 주장하는 한국 측의 오해에 대한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회당이 작성한 조선정책 추이에 관한 자료에도『한국은(사회당과)교류가 금지된 국가로서 존재가 무시되었으며 당 정책에서 말소되었다』고까지 기록되어 있다.
사회당이 한국을 인정치 않고 있다는 증거의 하나이지 않는가.
▲쉽게 이야기해 보자. 내가 4년 전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한국을 인정하지 않은 채 될 수나 있는 말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당시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정식으로 나를 초청해 수락했다(그것이 한국을 인정한다는 뜻이라는 의미).
-그러나 김영삼 총재는 민주당의 대표로 지난8월 일본에와 사회당의 한국인정 등 대한정책수정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는가.
사회당은 당 정책에서 한국을 말소했으며 그 이후 당직자들이 비공식적으로 한국을 인정했는지 모르나 그것이 공식으로 발표된 적은 없지 않은가.
▲…(옆에 배석한 이가라시 의원이『없다』고 대신답변).
-지금까지 사회당은 북한에 가서 △한국전쟁은 미군의 침략에 의한 것 △한국독재반대 △한국정치범 석방 등을 담은 공동성명에 동의했다.
그러나 북한의 40년 이상 장기독재, 개인 신격화, 북한정치범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비판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사회당이 북한 노동당의 자 회사쯤 되는 당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오해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공동성명 내용에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위원장으로 있었을 때는 북한과의 공동성명에 그런 내용이 담겨져 있지 않다.
-사회당은 북한의 대변인처럼 되었다.
▲…이번에는 사회당이 한국 선전도 하겠다. 하하.
-KAL기 테러사건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내 견해를 말할 범위의 것은 아니다.
그러나(북한의 범행이라고)단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진상을 알기 위해 테러범 김현희를 만나 보겠는가.
▲나는 초청한 김영삼 총재가 스케줄을 마련하고 있다. 그가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어디서 누구든 만나겠다.
▲노태우 대통령이 개헌 및 직접선거를 단행한 이후 민주화 및 남-북 통일문제에 보인 열정과 정치력에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남-북 회담을 위해 평양까지도 가겠다는 열정은 대단한 것이다.
-남-북한 관계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나는 과거 일본의 한국침략·군국주의·식민지 지배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사회당이야말로 그 같은 반성의 입장과 두 번 더 과오가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있다. 내가 이번 한국에 가서 무얼 할 것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기탄 없이 솔직히 말하고(한국 측)요망이 있으면 북한이건 중국이건 어디든 가겠다. 내가 무얼 할 수 있느냐를 묻지 말고 나를 많이 활용해 달라고 하고 싶다. 언제 어디서건 나의 역할을 귀중히 여기겠다. 북한 노동당 대표단이 일본에 오면 그들에게도 한국정부의 의견을 전달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일 의원연맹에 사회당이 언제쯤 참가하는가.
▲이번 방한의 성과가 있으면(가입문제가) 당내 의제가 될 것으로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