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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맞바꾼 LG의 두 사령탑, 태풍 몰고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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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61)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신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다. <중앙일보 7월 13일 자 B2면> ㈜LG는 다음 달 29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권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하현회(62) ㈜LG 부회장은 이날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이동했다.

구광모 체제 17일 만에 고위층 인사 #권영수 부회장, ㈜LG 대표로 선임 #회장 보좌, 신수종 사업 확대 임무 #하현회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맡아 #5G 상용화 앞두고 주도권 확보 숙제

이에 따라 ㈜LG는 구광모(40) 회장·권 부회장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뀐다. 지난달 29일 취임한 구 회장이 불과 17일 만에 최고위층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LG 인사팀장을 노인호 전무에서 이명관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이로써 주총까지 더해 2개월 만에 ‘구광모 진용’이 갖춰지는 셈이다. 자산 123조원을 보유한 재계 4위 대기업의 위기감과 혁신 의지가 반영된 인사이기도 하다.

(주)LG와 LG유플러스가 16일 이사회를 열고 LG부회장에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유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에 하현회 LG부회장을 선임했다. [중앙포토]

(주)LG와 LG유플러스가 16일 이사회를 열고 LG부회장에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유플러스의 새로운 수장에 하현회 LG부회장을 선임했다. [중앙포토]

LG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새 LG 호(號)의 키를 잡은 이상 이왕이면 호흡이 맞는 경영진과 속도감 있게 그룹 경영에 나서려고 하는 듯하다”며 “이 과정에서 권 부회장은 조력자 역할을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 회장의 변화 의지와 실용적인 성격도 반영된 인사”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4세 오너 경영인으로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인재를 발굴·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을 보좌하면서 계열사 수익성 개선과 신수종 확대·강화라는 임무를 맡게 됐다.

권 부회장은 1979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주로 재경 쪽에서 근무했다. 구 회장이 2006년 LG전자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을 당시 3개월간 이 회사 재경부문장이던 권 부회장과 근무한 인연도 있다. 권 부회장은 이어 LG필립스LCD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 CEO를 지냈다. LG 관계자는 “주력인 전자·화학·통신을 모두 경험해 구 회장이 그룹의 경영 이슈를 파악하는데 적임자”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의 이 같은 이력과 경영 스타일에서 그에게 주어진 미션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구조조정을 할 때 과감한 성향 때문에 ‘칼’로 불렸다. 통신·디스플레이 업계에 있을 때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싸움닭’을 자처하기도 했다. LG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고, CJ헬로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며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사업, 로봇·인공지능 같은 신수종 사업에서 인수합병(M&A)이나 외국 기업과 합작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은 이번 인사로 구 회장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외부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잠행(潛行)을 보여 왔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현안 파악에 전념할 것이다”는 게 그룹 측의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파격을 선택했다. 창업 때부터 ‘인화’를 강조해온 조직 문화, ‘정기 임원인사는 매년 11월 말에 진행한다’는 인사 전통을 무너뜨린 것이다. LG의 한 임원은 “이제는 (인사) 시기를 따지기보다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게 구 회장의 의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 회장을 보좌하는 이른바 ‘6인 부회장단’의 거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LG 안팎에선 권 부회장과 하 부회장, 조성진(62) LG전자 부회장, 박진수(66) LG화학 부회장, 한상범(63)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65)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 구 회장을 지원하는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인식됐다. 일부 부회장은 하반기 인사에서 퇴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분야는 사업 사이클이 급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현회 부회장은 이날 LG유플러스 CEO로 자리를 옮겼다. 하 부회장은 2015년부터 이 회사의 비상근 등기이사로 재직해왔다. 그는 LG디스플레이 전략기획담당, ㈜LG 시너지팀장을 거친 기획통으로 그룹에서 ‘두뇌’로 불린다. LG전자 HE사업본부장 시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 차세대 TV 부문에서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하 부회장 앞에도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는 당장 내년에 상용화되는 5세대(G) 이동통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국내 통신사들은 5G 상용화를 앞두고 장비 선정, 전국망 구축 등 각종 과제를 안고 있다.

보안 문제 때문에 찬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 도입 문제가 뜨거운 이슈다. LG유플러스는 LTE(4세대 이동통신) 망 구축 당시 국내 통신 3사 중에서 유일하게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그러나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가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앞서 권 부회장이 화웨이 장비 채택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하 부회장이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M&A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 부회장 체제에서 CJ헬로 등 케이블TV 사업자들에 대한 M&A 건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과 구축하고 있는 협업 체제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월부터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미국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유플러스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들에게 넷플릭스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등 타 사업자들은 두 회사의 협업에 대해 “넷플릭스가 콘텐트 수익 배분 구조를 깨는 등 생태계를 흐리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LG전자의 스마트폰 G7 씽큐부터 아마존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선탑재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앱 선탑재가 소비자 선택권과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향후 유플러스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관심이다.

이상재·하선영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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