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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신념으로 맹훈|장애자 올림픽 한국선수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서울올림픽 때는 한국선수가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우리는 꼭 금메달을 따 잠실수영장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겠어요.』
장애자올림픽을 1주일 앞둔 8일 오전 삼육재활원 수영장.
장애자 수영선수들이 5개의 레인에 3∼4명씩 줄지어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마무리 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리를 쓸 수 없어 손과 몸통으로만 움직여야 하는 소아마비 선수들은 물에 들어가자마자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를 악물고 팔을 내 젖는다.
이곳에서 훈련중인 선수는 척수장애 5명, 뇌성마비 3명, 소아마비 8명, 시각장애 1명 등 모두 16명.
이들은 정상인도 힘에 겨운 하루 1만m 이상씩을 헤엄치며 메달에의 꿈을 가꾸고 있다.
『매일 찬물에 들어가기 때문에 1주일 째 감기에 걸려 있지만 시합을 앞두고 기록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쉴 수 없어요.』
세계기록 40·96초 보다 훨씬 빠른 38·50초의 기록을 갖고 있는 배영50m의 김수복 선수 (20)는 『메달도 중요하지만 기록단축 때마다 정상인보다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고통을 잊을 수 있다』며 활짝 웃는다. 『하체마비 선수가 샤워도중 뜨거운 물이 감각 없는 발등에 떨어져 심한 화상을 입고도 약을 바르고 붕대를 맨 채 연습하는 것을 보고는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수영코치 탁일해씨(40)는 장애선수들이 일반인을 초월한 집념을 보여줄 때마다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 같은 승리에의 확신과 극복의 의지는 수영 외에도 배구·탁구·사격·양궁 등 16개 종목에 출전하는 한국선수단 3백 23명이 모두 한마음. 5월부터 정립회관·시각장애자복지회· 삼육재활원·보훈병원 등 5곳의 훈련원에서 합숙훈련을 해오고 있다.
『탁구지도 30년 동안 이렇게 열심인 선수들은 처음』이라는 탁구코치 이희태씨(52·서울시탁구협회이사·국제심판) 는 『이 때문에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들을 독려할 필요가 없다』 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훈련시간 외에도 선수들이 라켓을 들고 연습하는 바람에 시각장애자복지회관의 19대 탁구대가 항상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10일 결단식을 갖고 올림픽에 출전할 한국선수단의 목표는 금메달 30개에 종합순위 10위.
소아마비장애자 최형석씨(22·탁구)는 『올림픽을 통해 메달보다는「우리도 할 수 있다」 는 의지를 펼쳐 보이겠다』고 결의를 다진다.

<오병상·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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