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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한 기업들에 손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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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평양에서 운행되는 현대 그랜저 승용차. 북한의 주요 도시에선 한국산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다. 평양=홍병기 기자

봄을 맞은 북한에선 한푼의 투자라도 더 유치하고 싶다는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경제 사정은 여전히 어려워 보였지만 평양 도심에서 황해도 벽지 마을까지 경제난을 극복해보겠다는 몸짓으로 부산했다. 지난달 26일과 28일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 대회의실. 남북자원개발의 첫 결실인 북한 정촌 흑연광산 준공식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을 찾은 남한 기업인 150여명을 대상으로 첫 대규모 투자 설명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본지 4월 28일 E2면 참조)

"걸음을 처음 떼기가 힘들지 한걸음만 떼면 달려나가게 됩네다."

북한 무역성 산하의 남북경협 전담기관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의 방강수 정책실장은 "어떤 분야라도 투자가 가능하고 외국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측 일부 기업인들은 "사업성을 확인할 수 있게끔 자료 공개와 자유로운 현지조사가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답변이 이어졌다. 방실장은 "남측에서 어떤 관심을 갖는지 알게 됐다. 앞으로 신뢰있는 제안을 해오면 실질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실리의 순풍은 숙소인 양각도 호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꼭대기층인 46층의 식당(스카이 라운지)과 구내 판매점에선 온 종업원들이 나서 남측 손님들을 붙잡고 새벽 1시까지 영업을 했다. '살결물(스킨 로션)'등 세련된 디자인의 화장품에서 성기능 회복제에 이르기까지 파는 물건도 다양했다. 호텔 앞 파3 골프장(9홀)도 새벽부터 손님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 사정은 여전히 어두워 보였다. 광산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 오가는 차가 거의 없는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평산과 봉천을 지나 흙먼지 이는 비포장도로를 2시간 이상 달려서야 도착했다.

북한 측은 여행 내내 사진 촬영을 금지했다. 북측 안내원도 "이렇게 시골까지 남쪽 사람을 데리고 오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들판엔 식량난 때문인지 '쌀로써 당을 받들자','풀과 고기를 바꾸자''모든 산을 황금산으로 만들자'는 실용적인 구호판이 잇따라 서 있었다. 열악한 연료사정으로 벌목이 이어진 탓에 대부분의 산들은 휑한 민둥산이었다. 산꼭대기 부근까지 밭을 갈아놓아 황량하기까지 했다.평양에선 180m짜리 주제사상탑의 조명이 밤 11시까지 켜져있었지만 정촌 광산 인근지역에는 전기가 수시로 끊겨 공장 가동이 중지될 정도였다.

평양=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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