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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까르푸 인수 '막전막후(幕前幕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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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2005년부터 눈독 … 미리 준비했다

이랜드그룹이 28일 한국까르푸를 1조7500억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할 때 손에 들고 있던 자체자금은 3000억원으로 드러났다. 상장으로 3조원 이상의 현금 실탄을 비축한 유통강자 롯데쇼핑을 막판 뒤집기로 따돌린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매장 직원들이 발품 팔아 실사=이랜드는 양해각서(MOU) 교환이나 공식 실사(實査) 과정 없이 곧바로 인수 계약을 했다. 계약 하루 전만 해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롯데쇼핑이었다. 롯데는 인수자금이 넉넉한 데다 '할인점 3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몸집 불리기가 시급했다.

이랜드 계열 뉴코아의 오상흔 사장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우리회사 유통 매장 직원들이 전국의 주요 까르푸 매장을 돌면서 실태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굳이 이랜드 직원임을 밝히지 않고 손님처럼 행세하면서 매장의 입지나 관리 상태,마케팅 기법,고객 반응 등을 세심하게 수집하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할인점 '빅3' 못지 않게 오래 전부터 공들였다는 이야기다. 이랜드가 인수가격을 세간의 예상보다 많게 써낸 것도 발로 뛰는 실사를 통해 까르푸의 영업가치를 확신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이랜드가 고용승계와 임차인.납품업체와의 거래 지속 문제 등 껄끄러운 일들을 까르푸 입맛에 맞춰 준 것이 주효했다.

*** 할인점 빅3와 정면승부 피할 듯

◆ 자금·수익성 등 난관 적잖아=이랜드는 1980년 서울 신촌 대학가의 두평 남짓한 옷가게 '잉글런드'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총 매출 2조7130억원에 직원 5000명, 재계 순위 50위권의 중견그룹이 되기까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2003년부터 뉴코아·데코·해태유통 등을 인수하면서 그룹 외형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이랜드 M&A건이 터질 때마다 늘 인수 자금조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한국까르푸 인수 때도 이랜드는 1조원 넘는 외부자금을 끌어 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약 2000억원의 매장 리모델링 비용을 더하면 까르푸 인수가 이랜드 경영에 약이 될지 가시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업계 시각도 있다. 이랜드 측은 "1.5% 수준인 까르푸 영업이익률을 2,3년 내 6%, 장기적으로 10%까지 올릴 복안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포화상태에이른 할인점 시장에서 '빅3'에 맞불을 놓는 작전은 삼가기로 했다. 이랜드 오사장은 "이마트 같은 기존 할인점 업태와의 격돌을 피하고 대신 할인점·아울렛이 동시에 들어가는 복합매장의 형태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태정.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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