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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이 뜨니 남산 콧대 높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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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남산자락의 부동산 시장이 시끌시끌하다. 이제까지 개발이 억제됐던 해방촌(용산동 2가)은 서울시가 발표한 U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땅값이 급등하고 있으며 회현동과 충무로 등 남산 밑 도심에선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 바람이 일고 있다.

◆ 못 말리는 개발 바람=해방촌은 남산자락에 미군기지가 가깝다는 이유로 고도제한 등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에서 소외됐었다. 이런 곳에 요즘 느닷없이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어닥쳤다.

후암동 이지리빙공인 유재영 사장은 "올 2월 용산 일대를 고급 주거지로 개발하겠다는 서울시의 'U프로젝트'가 나오고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을 탄 이후 매수세가 몰려들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해방촌의 빌라 및 단독주택 가운데 평당 2000만~2200만원을 호가하는 곳이 많다. 지난해 말보다 평당 1000만~1200만원 오른 것이다. 10평짜리 다세대주택도 넉 달 새 평당 1000만원 이상 올라 2억원을 줘야 살 수 있다.

한강로 사랑공인 하혜영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낡은 빌라들이 팔리지 않아 골칫거리였으나 올 들어 해방촌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매물이 모두 팔렸다"고 전했다.

이태원 2동에서도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 낡은 다세대.다가구는 최근 2~3개월 새 평당 800만~1000만원 뛰어 1800만~2000만원을 호가한다. 투자 열풍은 남산 서쪽의 후암동으로도 옮겨 붙었다. 후암동 일대 소형 빌라 및 단독주택 가격은 연초 평당 평균 1500만원에서 2000만~2500만원으로 뛰었다.

◆ 투자세력도 가세=용산이 강북 개발의 중심축으로 떠오르자 원정 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 후암동 M공인 관계자는 "다른 지역 재개발 사업에서 돈을 챙긴 '선수'들이 몰려 '올 하반기까지 지분 값이 평당 35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린다"고 지적했다. 이들 원정 투자자는 10~20명의 고객과 함께 직접 물건을 사고 되파는 식으로 호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강남의 큰손들은 빌라 한 채를 통째로 매입해 비싼 값에 되팔거나 가계약한 뒤 제3자에게 넘기고 빠지기도 한다.

용산동 2가 S공인 관계자는 "각종 개발 계획 가운데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묻지마 투자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해방촌 일대는 경관지구로 묶여 있기 때문에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기 위해선 건교부와 협의를 거쳐 도시기본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

재개발 컨설팅업체인 J&K의 백준 사장은 "해방촌 일대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더라도 땅 6평 이상을 매매할 때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되팔기가 어려워 자금이 오래 묶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관리처분을 받는 재개발 지분도 양도세를 계산할 때 주택 수에 포함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 남산 밑자락에선 주상복합 붐=서울 중구 회현동과 충무로 일대에서는 주상복합 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분양이 잇따른다. 올해 중 이곳에서 분양될 주상복합 아파트는 네 곳 1160여 가구다. 상가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도시환경정비사업(옛 도심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며 주상복합 아파트 타운으로 바뀌고 있다.

쌍용건설은 남산 3호터널 입구에 주상복합 아파트 236가구를 지어 6월께 분양한다. 지상 7층, 지상 33층 2개 동을 52~94평형으로 꾸며 고급 수요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 정도다.

쌍용건설 이철 팀장은 "남산까지 산책로가 조성되고, 거의 전 가구가 남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은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옆 회현4-1구역을 재개발해 리더스 뷰 주상복합 233가구(43~92평형)를 6월 중 분양한다. 회사 관계자는 "도심이면서도 남산 조망권을 갖춰 고급 주거상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도 회현동 회현 5지구에서 9월께 주상복합 아파트 420가구를 내놓고, GS건설은 6월 말 충무로 삼성제일병원 맞은편에서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한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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