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이 버리고 떠난 아빠 성 따르라니..." 불합리한 법 앞에 우는 미혼모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미혼모 A씨는 3년째 홀로 아이를 길러왔다. 임신 사실을 확인했을 때 아이 아버지는 A씨를 외면했다. 가족들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A씨는 혼자 아이를 낳았고, 자신의 성을 따 이름을 지어줬다. 열심히 일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A씨는 아이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육비 청구를 하려면 아이 아버지가 아이를 ‘인지’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아이의 성이 아버지의 성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A씨는 아이 성이 갑자기 바뀌는 상황은 견딜 수 없었고, 결국 양육비 청구를 포기했다.

김상희 의원, 민법 개정안 대표 발의

A씨처럼 불합리한 상황을 겪는 미혼모가 없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비혼 자녀의 성 변경을 합리화하기 위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9일 대표발의 했다.

현재는 엄마가 비혼 상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경우, 아이는 엄마 성을 따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나타나는 경우, 엄마와 아빠가 협의를 통해 아이는 엄마 성을 계속 쓸 수 있다. 그러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아이가 엄마 성을 계속 쓰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기를 받아야만 한다. 협의도 안 되고, 법원의 허가도 받지 못하면, 아이는 하루아침에 아빠 성으로 바뀌게 된다. 이로 인해 아이는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성이 바뀌면서 아이의 학교생활, 각종 사회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이 생긴다. 성장과정에서 심각한 심리적 혼란을 겪게 될 수 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미혼모자 생활시설 애란원에서 열린 송년 행사에 참석해 한부모가족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미혼모자 생활시설 애란원에서 열린 송년 행사에 참석해 한부모가족들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민법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이는 엄마 성을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아빠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김상희 의원은 “저출산, 저출산 다들 걱정은 많이 하는데 어떠한 형태로든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민법 개정안을 통해 비혼가정의 자녀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만 8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라면 최대 2년까지 하루 1시간에 대해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휴직 사용 시 최대 250만원까지 급여를 지원해준다. 2018.07.05.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만 8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라면 최대 2년까지 하루 1시간에 대해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휴직 사용 시 최대 250만원까지 급여를 지원해준다. 2018.07.05. park7691@newsis.com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이규희, 인재근, 정춘숙, 한정애, 진선미, 최인호, 금태섭, 제윤경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총 11명의 의원이 발의자로 참여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