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국 자동차 빅3 부시에 "도와달라" SOS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 자동차 업계의 '빅 3'인 제너럴 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의 총수들이 다음달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만난다. 일본.한국 업체들의 공세와 휘발유 가격의 급등으로 위기에 빠진 자동차 업체들이 백악관에 긴급구조(SOS)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다.

27일 뉴욕 타임스(NYT)는 회동 날짜가 다음달 18일로 잡혔으며, 릭 왜고너(GM).윌리엄 포드(포드).토마스 라소다(다임러 크라이슬러의 크라이슬러 부문)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에탄올 등 대체연료 활성화 방안과 의료보험.연금 개혁, 환율 문제 등 미 자동차 업계의 위기 타개를 위한 광범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로서도 업계에 줄 뾰족한 선물이 없을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 끝 모르는 추락=자동차 산업이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올 초 GM은 앞으로 수년간 임직원 3만 명을 감원하고 12개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고, 포드도 3만 명 감원, 14개 공장 폐쇄 계획을 발표했다. 유일하게 크라이슬러만이 수익을 내고 있지만 그마저도 대대적인 마케팅비 지급에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본 도요타는 현재 텍사스에 여섯 번째 공장을 짓고 있으며, 최근 또 다른 공장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는 등 확장 일로에 있다. 미국 자동차전문 분석기관 '오토 데이터'에 따르면 도요타.닛산.혼다 및 현대차를 합친 북미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37.6%로 한 해 전에 비해 1.4%포인트 오른 반면 빅3은 2.1%포인트 떨어진 57.1%로 주저앉았다. 포드와 GM의 경우 파산설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휘발유 가격은 최근 갤런당 3달러까지 치솟았다.

빅3은 그간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 미국 정부를 향해 엔화 절상과 의료보험.연금 개혁을 요구해 왔다. 은퇴자에 대한 의료보험료 지급 등으로 생산 비용이 일본 업체보다 대당 1500달러가 더 든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부시 "스스로 경쟁력 갖춰라"=전문가들은 다음달 회동이 "업계의 고충을 들어주는 자리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초 부시 대통령은 정부 지원을 기대하는 업체를 향해 "시장이 원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며 면박을 줬다. 자동차 업계가 스스로 자구 노력을 하라는 주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또 고유가 대책의 하나로 연비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자동차사를 압박하고 있다. NYT는 최근 분석기사에서 빅3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미국 정부가 1970~80년대처럼 이들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