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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서 속임수 논란 강성훈, 야디지북에 설명 "드롭 위치 문제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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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 홀 야디지북. 그린 근처에서 해저드 라인은 S자를 옆으로 뒤집어 놓은 형태로 휘어진다. 강성훈은 "마지막 해저드라인을 통과한 지점 뒤쪽에 드롭했다"고 주장했다. [강성훈 제공]

10번 홀 야디지북. 그린 근처에서 해저드 라인은 S자를 옆으로 뒤집어 놓은 형태로 휘어진다. 강성훈은 "마지막 해저드라인을 통과한 지점 뒤쪽에 드롭했다"고 주장했다. [강성훈 제공]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강성훈(31)이 드롭 위치 논란에 관해 입을 열었다.

강성훈은 지난 2일(한국시간) 벌어진 퀵큰론스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 10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이 해저드에 빠졌다. 당시 동반 경기한 조엘 다먼은 경기 후 “강성훈이 속임수를 썼다. 잘못된 지점에 드롭했고 그걸 지적했던 내가 졌다”고 트위터에 썼다.

미국 매체들은 3일 일제히 데이먼의 주장을 전했다. 미국 골프닷컴은 4일에는 “강성훈의 공이 해저드에 직접 빠졌다”는 현장 목격자의 주장을 더해 후속보도했다. 강성훈이 거짓말을 했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5일 강성훈은 중앙일보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는 “정확한 지점에 드롭을 했다”며 영상통화로 야디지북을 꺼내 그림을 그려가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보도에 의하면 속임수를 쓴 것처럼 되어 있다. 왜 반박하지 않았나.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고 억울했다. 그래서 이와 관련 PGA 투어에 조언을 구했다. 투어 측에서는 경기위원회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낸 상황이니 투어에서 이 사건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미디어에 얘기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해서 조용히 있었다. PGA 투어에서 나섰으니 미국에서는 상황이 잦아들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내가 속임수를 쓴 것처럼 알려질 수 있어 해명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PGA 투어에 한국 미디어와 얘기를 하겠다고 했고 동의를 받아 인터뷰하게 됐다.”

퀴큰론스 내셔널에서 경기하고 있는 강성훈. [AFP=연합뉴스]

퀴큰론스 내셔널에서 경기하고 있는 강성훈. [AFP=연합뉴스]

-10번 홀 상황을 자세히 얘기해 달라.

“왼쪽으로 휘어진 560야드의 파 5홀이다. 나는 티샷을 310야드 정도 쳤다. 페어웨이 약간 왼쪽에서 2온을 노렸다. 남은 거리는 그린 앞까지 235야드, 핀까지 244야드였다. 5번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했는데 그린 앞 어딘가에 공이 맞고 왼쪽으로 튀어 왼쪽 해저드 갈대밭으로 들어갔다.”

-왼쪽 도그레그 홀이고 왼쪽 해저드에 빠졌다면 해저드 라인을 통과한 뒤쪽에서 치는 것이 맞지 않나.
“해저드 라인이 일직선이 아니다. 그린 앞 왼쪽 해저드 라인은 S자를 옆으로 뒤집어 놓은 형태다. 내 볼의 궤적은 해저드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해저드 라인을 통과해 페어웨이 쪽으로 넘어 갔다가 해저드라인 부근 어딘가에 맞고 튀어 해저드로 들어갔다.”

-보도에 의하면 현장에 있던 목격자는 공이 해저드로 직접 들어갔다고 했다.
“아마 그 목격자는 자원봉사자일 것이다. 그의 말은 신빙성이 없다. 당시 나와 동반 경기자, 캐디들이 똑같이 동의하는 팩트는 두 가지다. 내 공이 휘지 않고 똑바로 날아갔다는 점, 공이 땅에 맞고 왼쪽으로 튀었다는 점이다. 그 자원봉사자는 현장에서 공이 튀지 않고 직접 해저드 갈대밭으로 들어갔다는 틀린 얘기를 해서 경기위원이 증인에서 아예 배제시켰다.”

-공이 처음 땅에 떨어진 지점이 해저드 구역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나.
“물론 알 수 없다. 첫 낙구 지점이 해저드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공이 땅에 맞은 후 왼쪽으로 튀었고 라인에서 3야드 정도 들어간 해저드 안쪽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그린 앞 왼쪽으로 기울어진 경사지에 맞고 튀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왼쪽 지역은 빨간색 말뚝이 꽂힌 병행 해저드다. 첫 낙구 지점이 해저드가 아닌 지역이었다면 바로 그 옆에, 해저드 지역에 맞고 튀었다면 공이 날아온 방향을 따져서 마지막 해저드 라인을 통과한 지점 뒤로 드롭해야 한다.”

강성훈이 직접 그린 10번 홀 그림. 오른쪽 라인은 강성훈이 주장하는 실제 자신의 볼 궤적이다. 공은 해저드 라인을 통과해 페어웨이 지역 쪽으로 들어갔다가 그린 근처에서 해저드 라인을 다시 넘어 왼쪽으로 튀었다. 왼쪽 라인은 샷링크의 라인. 중간 굴절 상황은 보여주지 않고 출발점과 최종지점만 표시한다. [강성훈 제공]

강성훈이 직접 그린 10번 홀 그림. 오른쪽 라인은 강성훈이 주장하는 실제 자신의 볼 궤적이다. 공은 해저드 라인을 통과해 페어웨이 지역 쪽으로 들어갔다가 그린 근처에서 해저드 라인을 다시 넘어 왼쪽으로 튀었다. 왼쪽 라인은 샷링크의 라인. 중간 굴절 상황은 보여주지 않고 출발점과 최종지점만 표시한다. [강성훈 제공]

-PGA 투어의 볼 위치 추적 시스템인 샷링크에는 곧바로 해저드 안으로 날아간 것으로 되어 있다.
“샷링크는 공의 출발점과 최종 도착점을 표시한다. 만약 그린을 공략한 샷이 핀에 맞고 옆으로 튀어 물에 들어갔다면 공 친 지점과 물에 빠진 곳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라인이 그려진다. 내 공이 왼쪽으로 튀는 것은 동반자도 봤다.”

-첫 낙구 지점이 해저드 안인지 바깥인지 확인할 수 없는데 어떤 근거로 그린 근처에 드롭했나.
“홀의 모양으로 보면 처음 낙하 지점이 해저드 안이든 바깥이든 그 근처에서 돌출된 해저드 라인을 넘어올 수 밖에 없다. 경기위원과 직접 친 자리로 돌아가서 보니 그린 근처에서 해저드 라인을 통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통과한 지점, 그러니까 약 20야드 뒤로 물러나서 드롭을 했다.”

-그럼 동반자는 왜 해저드 안쪽으로 날아왔다고 주장하나.
“경기위원과 두 번째 샷을 친 지점으로 같이 돌아가 볼 때 다먼은 따라오지 않았다. 친 곳으로 같이 와서 봤다면 그도 수긍했을 것이다. 그는 페어웨이 오른쪽에서 두 번째 샷을 했고 나는 약간 왼쪽이었다. 내가 더 왼쪽에 있었다면 친 공은 계속 해저드 구역으로만 갔을 수도 있다. 그는 아마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설명을 들으면 강성훈 선수의 주장이 신빙성이 매우 높다. 왜 다먼은 공개적으로 속임수라고 주장했나.
“사람마다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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