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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패밀리들 지독한 구두쇠 작전|알뜰 쇼핑 금메달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외국올림픽 손님들의 쇼핑이 대부분 구두쇠 작전으로 일관,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남대문시장 및 이태원 등의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있다.
이들 상인들은 외국올림픽 관광객이나 선수단들이 쇼핑을 해도 값싼 물건이나 작은 수량의 기념품만 사고 있으며 한결같이 값을 깎으려든다며 『장사하기 어렵다』고 비명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외국관광객의 구두쇠 작전은 올림픽 패밀리를 위해 특별환전 점포를 마련한 외환은행의 환전실적에도 영향을 미쳐 환전액이 외환은행의 당초 목표에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환전>
외환은행은 올림픽 특수점포 운영단을 구성, 지난1일부터 선수촌회관 등 l6개 소에 환전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일 현재 외환은행 특수점포를 통한 올림픽 패밀리 환전실적은 5만6천9백18건에 2천9백79만3천달러.
외환은행 특수점포 운영단 팀장인 백성기 차장(42)은 당초 목표를 6천만달러로 잡고 있으나 현재 추세라면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4천5백만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은행측은 현재까지 특수점포를 이용한 올림픽 패밀리 및 관광객들의 숙박비 포함, 하루 평균 환전액은 2백달러 미만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외환은행의 당초 예상 3백50달러에는 절반 수준에 그치는 액수다.
여기서 선수촌·기자촌·패밀리타운 입촌비를 빼면 올림픽 패밀리의 하루 쇼핑 비용은 1백∼1백20여 달러에 불과하다.

<선수촌>
외국 선수들의 구두쇠 작전은 선수촌 환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선수촌내 외환은행 창구의 경우 하루 평균 1천6백명 정도의 외국 선수·임원들이 찾아와 환전을 해가는 데 선수단 규모의 일부 거액환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달러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선수들은 대부분 3달러정도씩 환전해가는데, 한 중국선수는 5달러를 가져와 1달러만 환전하고 나머지 4달러는 거슬러 갔다는 것.
외환은행 특별점포 소장 송영면 씨(38)는『대부분 소액환전으로 쇼핑할 물건 금액 만큼씩만 바꿔가고 있다』며 『86년 아시안게임과 비교해 이용자 숫자는 4∼5배 늘었지만 환전액은 하루 평균 40만 달러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개 유럽과 일본 선수들이 고가품을 많이 사 가는데 미국 선수들은 주로 이태원이나 남대문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백화점에서는 구경만 하는 경우가 많다.
쇼핑센터의 하루 매상액은 1천7백만원 정도다.

<이태원>
외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는 탓인지 올림픽 덕분으로 손님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흥청망청하는 구입은 없고 백화점식 상점보다 값이 싼 노점상을 찾는 외국인이 많다.
이들은 대체로 물건값을 미리 알고 와 상대하기에 까다로운 편이고 아예 처음부터 값을 대폭 깎아 흥정을 시작한다.
외국인들 가운데 가장 씀씀이가 좋은 손님은 일본인들. T셔츠 등을 한꺼번에 20∼30장씩 대량 구입하고 있으나 동구권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은 거의 물건을 사지 않는 편이다.
가장 까다로운 손님은 이탈리아·남미·홍콩·호주 사람들. 미국인도 이 부류에 속한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모두 「구두쇠」라고 말하고 있다. 네덜란드 태권도선수인 「헨드릭·마이어」씨는 『남대문이 이태원보다 물건값이 싸서 왔다』고 말하고 1만9천원 짜리 시계를 3천원 깎아 결국 1만6천원에 사갔다.
남대문시장을 찾는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물건은 구치·던힐·롤렉스 등 유명상표를 모조한 값싼 가짜 시계가 대부분이다.


롯데가 문을 연 기념품 상점에는 하루 평균 3백∼4백명의 외국기자들이 찾고있으나 개당 7백∼3천원 하는 열쇠고리나 기념메달을 사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올림픽마크가 새겨진 7백원 짜리 플라스틱 열쇠고리가 하루에 2백개 정도 팔리는 것이 가장 많으며 5천원이 넘는 물건은 잘 나가지 않고 있다.
장당 5천∼6천원 하는 T셔츠도 잘 팔리는 품목 중의 하나지만 2만원이 넘는 각종 기념상품은 사가는 사람이 매우 뜸하다. <김진·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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