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는 역시 국민호응이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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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 잠실벌에 올림픽 성화가 불을 밝히고 세계 1백60개국의 선수들이 자웅을 겨룬지 일주일째.
지난7일 서울에 온 후 약2주 동안 지켜본 서울 올림픽은 여러 면에서 수준급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경기장 시설도 훌륭하고 대회진행도 괜찮은 편이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 때 신화사취재진으로 서울을 방문한바있는 나의 관점으로 본다면 서울올림픽조직위가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 무척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관문인 김포공항에는 올림픽가족을 맞기 위해 새로운 건물을 세웠고 김포에서 기자촌을 통과하면서 본 서울거리는 2년 전보다 더 깨끗해지고 꽃들로 아름답게 단장돼 있다. 올림픽을 취재하러 왔으며 따라서 기자촌과 MPC(메인 프레스 센터)와 일부 경기장만을 왕복해온 나로서는 서울의 변화된 면모를 말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
다만 올림픽 MPC가 86년 아시안게임 MPC건물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곳의 변화를 목격할 수 있었다.
2년 전만 해도 몇 개의 건물을 제외하곤 황량한 곳이었던 이곳에 지금은 대형 백화점·대형빌딩이 곳곳에 들어서고 또 많은 여관들도 눈에 띈다.
언뜻 보기에 승용차가 엄청나게 늘었으며 이 때문에 교통소통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37년간의 기자생활중 대부분을 체육부에서 근무해온 나는 많은 국제스포츠대회를 취재한바 있다.
이번 서울방문도 순수한 올림픽 취재로 국한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내가 24회 서울올림픽에 특별한 감정을 갖는 것은 서울도 우리 중국과 같은 동양권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것은 64년 동경이후 이번이 두번째로 24년만이다.
중국은 90년에 북경에서 아시안게임을 주최한다. 우리는 또 2000년쯤에는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구상도 갖고 있다.
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이번 올림픽은 경기장시설·대회운영·각종설비·서비스방법·교통문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전산시스템은 물론 승용차 짝·홀수 운영방법 등이 그러한 실례가 된다. 특히 승용차 짝·홀수제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률이 90%를 넘고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성공적인 올림픽개최를 위한 서울시민의 협조와 열의를 읽을 수 있었다.
올림픽은 선수들이나 조직위만의 것이 아니라 온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협조 없이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17일 감실 주 경기장에서 거행된 개막식은 그 내용도 좋았지만 관중들의 수준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10만 관중들은 서울에 첫선을 보인 소련·헝가리 등 사회주의 국가에도 뜨거운 격려를 보냈다.
올림픽이 이념과 피부색을 초월한 세계가족의 순수한 스포츠잔치임을 실감시켜준 현장이다.
관중들은 우리 중국선수들에게도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으며 중앙일보를 비롯한 한국 신문들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중국의「쉬옌메이」에 대한 기사를 그녀의 사진과 함께 크게 다룬 것을 보았다.
또 18일 밤 개최됐던 52㎏급 역도 경기에서 동양의 흑진주「허줘창」이 정말 예상 밖으로 고전하자 관중들이 뜨거운 박수로 그를 격려해준 것도 목격했다.
「단결·우의·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약2주 동안 취재하면서 부닥쳤던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아주 작은 문제들이지만 더욱 멋진 올림픽을 치러주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드리는 것이니 참고해주었으면 한다.
통역요원의 수준과 MPC와 기자촌을 왕복하는 셔틀버스 편수의 부족, MPC내 비싼 음식값 등이 그것이다.
세계 1백60개국에서 온 선수·임원들의 통역을 모두 만족스럽게 해 주기는 어렵지만 일부 통역에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정확한 통역은 정확한 취재의 필수요건이다. 중국어의 경우 수준 높은 통역도 있지만 가끔 내 의사가 정확히 전달되고 상대방의 뜻이 정말 그런 것인지 회의를 가질 때가 있다고들 한다.
MPC의 기자회견장 운영이나 각종 자료의 신속한 배부, 조용한 환경의 기자촌 등은 수준급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모쪼록 이번 올림픽의 성공적 진행과 귀국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왕주임은 현재 중국신화사 체육부주임 겸 중국체육신문학회 회장, 중국 체육기자 협회 주석단의 일원이다.
그는 37년의 신문기자 경력 중 24년을 신화사에서 근무했으며 86서울 아시안게임 때도 내한, 취재한바 있다.
이 글은 그의 구술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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