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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잃은 직원들, 울면서 일한다" 아시아나 갑질 그 후…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비행편에서 기내식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3일 인천시 영종도에 있는 샤프도앤코코리아의 모습.[뉴스1]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비행편에서 기내식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3일 인천시 영종도에 있는 샤프도앤코코리아의 모습.[뉴스1]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로 대표를 잃은 하청업체 직원이 회사 상황을 전했다. 4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익명의 하청업체 직원 A씨가 출연해 저간의 사정을 털어놨다. A씨는 기내식 포장업체 화인CS 소속으로 이 회사의 대표는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후 "내가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며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자신이 지켜본 기내식 대란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이 LSG라는 기존의 기내식 제조 업체와 계약을 끊고 GGK라는 곳과 새로 계약을 맺었다. 화인CS는 LSG, GGK 등 제조업체가 음식을 만들면 그 공장에서 바로 포장을 해 기내식을 최종 완성해 아시아나항공에 보내는 업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계약을 맺은 GGK 공장에 불이 나면서 생겼다.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라는 작은 업체와 다시 계약을 맺었다. 하루 3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 샤프도앤코는 3천여식 밖에 만들 수 없는 회사였다.

숨진 화인CG 대표와 직원 A씨는 샤프도앤코에 상주하며 기내식 제조 상황을 살폈다. 원래 할랄 푸드를 만들던 이 업체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했고, 그나마 만든 제품에서도 한 두개씩 구성품이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시아나 항공기에 적재되는 화물. [아시아나항공 제공=연합뉴스]

아시아나 항공기에 적재되는 화물. [아시아나항공 제공=연합뉴스]

화인CG 대표와 A씨는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공장에서 보내며 무리했고, 다른 직원들도 새벽 2~3시까지 그곳에 상주했다. 하지만 음식이 있어야 포장을 하는데, 음식이 물량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비행기 못 뜬다"며 기내식을 재촉 받았다.

화인CG 대표는 "내가 다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도대체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라고 한다. 회사에서는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우리 회사가 욕심을 내서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고 말하면 정말 억울하고 화가난다"며 "직원들은 대표 장례식에서 울며 '회사에 안 나가겠다'고 속상해 했지만 계속 다독이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는 숨진 대표에 대해서 "사장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사랑합니다'였다"며 "직원들을 다독이며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셨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또, 대표가 목숨을 끊기 전 자신의 아들에게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일은 계속 할 수 있게끔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비화를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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