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승부차기 악몽, 감독 돼서 훌훌 털어낸 사우스게이트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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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집중 훈련·심리 치료 통해 마침내 극복한 징크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은 유로1996이 기억하기 싫은 대회다. 당시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독일과 준결승전에 출전했는데, 그는 승부차기에서 6번 키커로 나서 실축하고 말았다. 그의 실축으로 잉글랜드는 승부차기에서 독일에 5-6으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한동안 팬들의 조롱과 비난을 들으면서 지내야 했다.

22년이 지난 2018년.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을 맡은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또한번 승부차기의 운명을 맞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1-1로 비겨 승부차기를 펼쳐야 했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22년 전의 빚을 갚고 싶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콜롬비아를 4-3으로 승부차기에서 꺾는 순간,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환호했다. 마침내 빚을 덜어낸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오늘 밤은 잉글랜드 축구에 특별한 밤"이라며 기뻐했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연장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격려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연장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모아 격려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2016년 11월 잉글랜드대표팀을 맡아 감독으로서 처음 나선 러시아 월드컵은 사우스게이트 감독 개인에게도 뜻깊은 대회다. 공교롭게 유로1996 이후 한번도 월드컵, 유로 등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던 잉글랜드 축구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다. "영국 총리보다 잉글랜드대표팀 감독이 더 힘들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명예와 전통을 중시하는 잉글랜드 축구의 사령탑에 오른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다른 팀뿐 아니라 농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 전술에 활용하는 등 혁신적인 자세로 팀을 이끌었다.

자국 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선수들에게 '즐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월드컵에서 과거 잉글랜드가 실패한 건 선수들의 투지나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과해서라고 믿고 있다. 이는 과거 대표팀에선 들을 수 없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미드필더 제시 린가드는 3일 "새로운 혁명을 느끼고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전술은 훌륭하고, 우리에게 완벽히 잘 들어맞는다"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한 뒤 해리 케인(왼쪽)을 격려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4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한 뒤 해리 케인(왼쪽)을 격려하는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앞선 월드컵에서 세 차례 모두 승부차기에서 패했던 저주도 훈련을 통해 풀었다. 경기 전날 잉글랜드 선수들이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게 승부차기였다. 그러나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러시아에 도착한 이후 승부차기 훈련을 빼놓지 않고 진행해왔고, 당당하게 찰 수 있게끔 선수들을 상대로 심리 치료까지 진행했다. 그는 경기 전날인 3일 "만약 승부차기를 차야 할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준비가 다 돼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국 이것은 그대로 결과로 연결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스웨덴과의 8강전에 이제 온전히 집중할 태세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16강전을 마친 뒤 "이제는 스웨덴 생각만 한다.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벌써 집에 돌아가기 싫다"는 말로 8강전 승리에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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