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낯부끄러운 경험을 했다. 갑자기 일본 오사카 여행을 가고 싶다는 가족을 위해 항공권을 예약해줬다. 그야말로 즉행(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인천공항에 배웅 나가서야 알았다. 비교적 저렴한 항공권을 샀다고 뿌듯했는데 e티켓을 보니 인천~후쿠오카, 오사카~인천 항공권이었다. 급하게 예약하다 보니, 목적지가 틀린지도 모르고 결제했다. 공항 천장이 노래졌다. 후쿠오카행 편도 항공편부터 취소했다. 다행히 취소 수수료는 없었다. 다시 이날 오후 출발하는 인천~오사카 편도 항공권을 검색했다. 스마트폰으로 온갖 항공사, 여행사 사이트를 뒤졌는데 온라인 판매는 마감됐단다. 항공사 카운터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1시간 30분 뒤 출발하는 항공권을 15만원에 샀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 가격은 기적이었다. 몸소 겪어 깨우친 ‘항공권 데드라인’에 대해 소개한다.
[여행의 기술] 출발 임박 항공권 구매하기
국제선 출발 4시간 전 온라인 판매 마감
인터파크투어가 흥미로운 데이터를 공개했다. 출발 일주일 이내 항공권 구매자 중 제주 노선은 출발 당일이나 하루 전 구매자가 33%, 일본 노선은 출발 1~2일 전 구매자가 23%에 달했다. ‘즉행족’이 의외로 많다는 뜻이다.
즉행족에게 중요한 건 저렴한 항공권이다. 즉행 문화의 일등공신 저비용항공은 주말이나 휴가철만 아니면 출발이 임박해도 저렴한 항공권이 많이 나와 있다. 보통 국내선은 출발 1시간 전, 국제선은 출발 4시간 전 판매를 마감한다. 소비자가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감안해서다.
요즘 여행자가 많이 쓰는 ‘스카이스캐너’ ‘카약’ 같은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는 1시간 뒤 출발하는 항공권도 검색된다. 그러나 항공사와 여행사 사이트를 클릭하면 정작 예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버그다. 스카이스캐너측은 “유럽 등 해외에서는 당일 출발 항공권 구매자가 많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에선 노출 상품과 실제 상품 사이에 오차가 생길 때가 있다”며 “개선 작업을 통해 정확도를 높여가겠다”고 설명했다.
여행사는 출발 하루 전 마감
여행사는 보통 출발 1~2일 전 항공권 판매를 마감한다. 예약을 접수하면 항공사에 고객 정보를 보내고 정산하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그러니 출발 당일이나 하루 전 항공권을 산다면 여행사보다는 항공사 사이트로 바로 가는 게 낫다.
공항에서 항공권을 살 수도 있지만, 권하지는 않는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 공항에서 파는 당일 출발 항공권은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저비용항공사의 인천~오사카 편도 항공권이 30만원 선이다. 인터넷으로 살 때보다 2∼3배 비싸다. 빈 좌석이 많으면 할인해주는 항공사도 있다지만, 기대를 접는 편이 낫다. 공항에서 항공권을 사는 사람 대부분은 급하게 해외로 떠나는 출장자다. 비싸도 살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 깎아줄 이유가 없는 거다.
성공 가능성은 희박해도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노릴 수도 있다. 보통 비행기 한 편에 일반석 보너스 좌석은 10석 미만이다. 그러나 비수기 평일이라면 노려볼 만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모두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으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공항 카운터에서는 복잡한 절차 때문에 출발 당일 보너스 항공권 예약을 잘 받지 않는다.
땡처리 항공권, 싸지만 제약 많아
‘땡처리 항공권’도 있다. 여행사가 항공사로부터 사전 구매한 좌석 일부를 출발이 임박해 싸게 내놓는 항공권이다. 여행사가 파는 항공권이어서 출발 당일 예약은 불가능하다. 보통 출발 사나흘 전 판매를 마감한다. 땡처리 항공권은 저렴한 반면에 단점도 많다. 출·도착 일정이 고정돼 있고, 주말 출발 상품이 드물다. 단거리 중심으로 목적지가 제한적이고, 마일리지 적립도 100% 되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는 전문 여행사 몇 곳에서만 땡처리 항공권을 팔았다. 요즘은 여행사 뿐 아니라 항공사와 소셜커머스에서도 땡처리 항공권을 판다. 한데 땡처리라고 덥석 물면 안된다. 두세 달 뒤 출발하는 항공권을 땡처리 항공권으로 팔기도 한다. 이런 항공권은 대체로 할인율도 낮다. 이름만 ‘땡처리’를 내건 미끼 상품인 셈이다. ‘호갱(어수룩해서 이용 당하기 쉬운 고객)’이 되지 않으려면 별 수 없다. 손가락을 바쁘게 놀리는 수밖에.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