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와 감격의 포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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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고모님, 제가 헌길입니다.』
『네가 정말 헌길이냐.』
레슬링 자유형 62kg급의 중국대표선수로 출전하는 한국계 3세 이헌길씨(23)는 20일 낮 중국민항 특별기편으로 입국,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목메어 기다리던 고모 이연복씨(62)를 만났다.
지난 14일 고모 이씨는 중국선수단이 입국할 때도 혹시나 조카가 올까 기다리다 허탕을 쳤던 탓인지 이날 조카를 만나고도 몇 번을 확인한 끝에야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았다.
『해방 이듬해 남편을 따라 귀국하면서 동생과 헤어져 40여년이 되도록 생사조차 모르고 살았어요. 동생이 이렇게 강한 아들까지 두었다니…너무 기뻐서 웁니다.』
고모 이씨는 보도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하면서 조카의 얼굴을 다시 한번 어루만졌다.
우리말이 전혀 서툴지 않은 이선수는『고모가 작년 8월 북경까지 오셨는데 그땐 만나 뵙지 못했다』며 『뵙기는 처음이지만 아버지와 인상이 매우 닮아 금방 알아보겠다』면서 고모의 손을 마주 잡았다.
이선수는 이씨의 남동생 이원씨(58)의 2남3녀 중 막내아들.
46년 헤어진 뒤 소식을 모르고 지내다 모국방문 길의 만주교포 편에 안부를 전해듣고 주소를 확인, 남매간에 서신왕래가, 시작됐다.
86년 겨울 이원씨가 부인과 함께 일시 귀국해 6개월을 고국의 친척들과 같이 지냈고 이씨도 지난 8월 중국에 가 한달여를 보내면서 40여년간 맺혔던 이산의 한을 풀었다.
이선수는 가족들이 만주 흑룡강성에 살고있으며 아버지는 과거 복싱선수였고 큰형은 흑룡강성 체육학교의 레슬링코치라고 소개.
이선수는 현재 북경체육대학 3년생으로 88올림픽 참가 선수선발전에서 우승, 서울올림픽에 올 수 있게 됐다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소련선수가 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중국선수단 중 유일한 한국인인 이선수는 『올림픽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할아버지나라 한국에서 열리게 되고 자신이 이에 참가하게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을 방문했던 아버지로부터 이곳의 경제가 많이 발전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알고있다』고 말했다. 선수단 일정 때문에 고모의 손을 아쉽게 놓고 이선수는 선수촌행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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