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없으면 이젠 심심해…촌스러움 벗고 '쿨'한 코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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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해 메트로섹슈얼 패션 열풍으로 남자옷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꽃무늬 바람'이 올 봄엔 패션.패션잡화.화장품.가전에 이르기까지 더욱 세차게 불고 있다.

21일 들른 서울 동대문 의류쇼핑몰 '두타'는 아예 꽃무늬에 파묻혀 있었다. 여성의류 매장과 남성의류 매장은 말할 것도 없고, 벨트.가방.운동화.구두.머리핀 등 각종 패션잡화에까지 꽃무늬가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상인 유영희씨는 "요즘 가장 잘 팔리는 것이 꽃 무늬를 프린트(찍은)한 옷"이라고 말했다. 지하 1층 영 캐주얼 매장에서 만난 이모(24.여)씨는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꽃이 그려진 티셔츠를 고르고 있었다. 이씨는 "몇 년 전만 해도 꽃무늬 옷이나 패션잡화를 '아줌마 스타일'이라며 유치하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꽃무늬가 아주 쿨(cool)한 느낌이 든다"며 "꽃무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꽃무늬 열풍은 옷에서 시작됐다. 크리스챤 디올.버버리 프로섬 등은 옷을 온통 꽃으로 가득 채운 디자인을 내놓았다. 에트로.안나수이 등의 시즌 상품엔 화려한 꽃 자수가 놓인 것이 많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벚꽃과 같은 동양 꽃을 소재로 했다. 옷에서 분 '꽃 바람'은 패션 소품으로 이어졌다. 구찌.루이뷔통.에르메스 등은 패션 소품에 강렬한 색상의 꽃무늬를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패션시계 브랜드 '오펙스'는 200여 종류의 꽃무늬 시계를 선보였다. 꽃무늬는 옷과 패선 소품을 넘어 화장품.전자제품 등으로 퍼지고 있다.

고급스러운 민무늬 포장을 선호하던 프리미엄 화장품들 중 꽃무늬 포장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랑콤은 2005년 여름 상품으로 내놓은 '쥬이시 컬렉션'의 포장을 꽃무늬로 했다. 슈우에무라의 '클렌징오일'과 스틸라의 '아이&치크 팔레트' 등도 꽃무늬 포장을 도입했다.

전자제품 업계도 꽃무늬를 이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거나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제품 성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자 업체들이 디자인으로 한판 대결을 벌이기 위해 꽃무늬를 선택한 것이다.

소형가전 전문업체 유닉스전자는 헤어 드라이어와 고데기에 '소녀와 꽃, 나비'를 주제로 한 일러스트 디자인를 도입했다. 유닉스전자 관계자는 "제품 출시 일주일 만에 2만여 대가 팔렸다"며 "요즘 소비자들은 꽃무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우젠 에어컨.김치냉장고.공기청정기 등을 붉은 포도주 색 바탕에 꽃잎을 연상시키는 페이즐리(아메바) 무늬를 그려 놓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 제품을 패션이나 인테리어의 한 요소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앞으로 정보통신 기기와 가전 등이 점점 더 화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꽃무늬 열풍에 저절로 뜨는 문양이 나비다. 꽃이 있는 곳에 나비가 날아들기 때문이다. 꽃무늬 옷에 나비 액세서리를 곁들이는 사례가 늘면서 나비 머리핀.브로치.귀걸이 등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안나수이의 디자인으로 나비가 잔뜩 그려진 휴대전화 '안나수이폰'을 내놨다. 휴대전화 케이스와 줄에도 나비무늬가 있다. 삼성전자는 이 휴대전화를 패션잡지인 보그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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