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교황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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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계 유수 기업들이 교황 베네딕토 16세(사진)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6일 교황이 최신 유행의 명품이나 첨단 IT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교황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인의 시선을 끌어 모으는 교황의 광고 효과는 그 가치를 돈으로 따지기 힘들 정도다. '프라다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즉위 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는 빨간색 구두를 신고 나왔다. 당장 이 제품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의 최신 모델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언론에는'프라다 교황'이란 애칭까지 등장했다. 당사자인 프라다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교황청이 나서 "교황의 개인 제화공이 만든 구두"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프라다는 진위와 관계 없이 이미 톡톡한 광고 효과를 누린 뒤였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의 영국법인 최고경영자(CEO)인 존 얼러트는 "교황이 사용했다는 사실은 다른 유명 인사들에 비해 적어도 100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갖가지 마케팅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 라디오방송 직원들로부터 애플사의 최신 MP3 플레이어인 '아이포드 나노'를 선물 받았다. 애플사는 즉시 자사 잡지에 이 사실을 알리고 홈페이지에도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또 이탈리아 가죽제품 업체인 나투치와 다임러 크라이슬러 자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 모터카는 교황에게 정원 산책용 골프 카트를 선물하고, 이를 보도자료를 배포해 알렸다. 폴크스바겐과 BMW도 교황이 교황이 자사 방탄차를 타도록 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1930년대 이후 교황의 공식 의전 차량은 벤츠였다.

하지만 '교황 마케팅'은 자칫 종교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WSJ는 이 때문에 기업들이 주로 인맥을 통해 교황청에 최신 제품을 선물하고 교황의 낙점을 기다리는 조심스러운 방식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황청 관계자는 "교황이 사용하는 제품은 지극히 임의적으로 고른 것"이라고 전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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