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 + 힙합 … 빌보드 정상에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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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음반 프로모션차 미국을 순회하고 있는 세르지오 멘데스(左)와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리더 윌.아이.엠.

세대차가 난다면 아예 눈길도 주지 않는 시절은 지나간 모양이다. KBS ‘세대공감 올드 앤 뉴’가 각광받는 지금은 옛날 언어와 낡아보이는 방식마저 신세대들의 탐구 대상이니 말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보사노바의 거장 세르지오 멘데스(65)와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프로듀서 윌.아이.엠(31)이 손잡고 만든 음반 ‘Timeless’가 주목받고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세대공감을 얻고 있는 세르지오 멘데스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사실 힙합 음악은 라디오에서 몇 번 들어본 게 전부였습니다.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었죠."

아무리 음악인이라지만 65세의 나이에 힙합을 좋아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힙합이 팝 음악계의 주류를 차지한 건 불과 몇년 사이의 일이다. 그러나 윌.아이.엠이 그를 설득했다. 윌.아이.엠은 이미 지난해 발매된 카를로스 산타나의 앨범 'All That I Am',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신보 'Illumination'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세르지오 멘데스가 블랙 아이드 피스의 2003년 앨범 'Elephunk' 수록곡 'Sexy'의 피아노 연주를 맡으면서 인연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전엔 보사노바와 힙합이 어울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윌을 만나고 나서는 어울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윌이 만든 멜로디가 참 좋았거든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기도 했고요."

윌.아이.엠은 브라질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세르지오 멘데스의 음악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힙합 초짜이던 10대 시절, 세르지오 멘데스의 'Slow Hot Wind'를 샘플링해 작곡을 했을 정도다.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인 세르지오 멘데스는 1960년대에 '브라질 66' 등으로 활동하면서 보사노바를 대중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전파한 브라질 음악은 미국 팝 음악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83년 발라드곡 'Never Gonna Let You Go'로 사랑받았다. 그의 음악은 요즘 국내에서 파티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라운지 음악의 원조격이기도 하다.

"브라질 전통 음악에 기반을 둔 제 멜로디와 윌의 비트가 만나 강한 시너지 효과를 냈죠. 그런 실험이 젊은 세대에게도 통하는 모양입니다."

앨범에는 윌.아이.엠 말고도 스티비 원더, 인디아 아리, 저스틴 팀버레이크, 에리카 바두, 존 레전드, 질 스코트 등 수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보사노바의 발랄함에 힙합의 감각이 융합된 가운데 각 뮤지션들의 개성이 하나 하나 살아 움직인다. 그의 옛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타이틀곡 'Mas Que Nada'는 월드컵 시즌에 나이키 광고 음악으로도 쓰일 예정이다.

"저는 음악 다음으로 축구를 좋아합니다. 한국인들도 축구를 아주 좋아하지요? 지난 30년간 매년 일본에서는 공연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저를 불러주지 않는군요. 기회가 된다면 꼭 가고 싶습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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