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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두달 동안 유혈사태 속에 진행되어온 버마의 반 독재 투쟁은 18일 군사쿠데타가 일어남으로써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진로 중에서 최악의 길목으로 접어든 듯 하다.
집권세력 편에서 사태 수습의 최전방에 서 있던 「마웅· 마웅」 대통령은 전국, 전 사회 계층으로 확산한 반정부 시위를 수습하는 방법으로 최후 순간에 최대의 양보를 하기로 결정했었다.
즉 국민투표의 절차를 생략한 채 다당제하의 총선실시를 의결하고 군인, 공무원의 사회주의 계획당탈퇴를 허용함으로써 26년 간 일당독재체제를 이끌어온 집권의 주축을 다당 중의 한 정당으로 축소시킬 용의까지 비췄다. 동시에 반정세력의 공격 대상이 된 「네왼」과 「세인·르윈」 등 독재의 상징인물을 외국으로 망명시키는 절차까지도 반정세력과 협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수습방향이 무르익어 가자 지금까지 일당독재에 힘을 제공해온 군부가 위협을 느낀 끝에 자위책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것으로 일단, 풀이되고 있다. 아직 쿠데타의 정치적 성향은 분명하지 않다. 군은 국가평의회, 내각 및 인민의회 등 지금까지의 집권 기구들을 해산하고 다당제 아래서의 총선실시를 공약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일당독재의 주역인 사회계획당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이 보도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군이 일단 국민의 원성을 산 통치기구들은 해체하되 권력의 중추 격인 당은 그대로 살리는 선에서 위기를 수습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와 같은 방식은 실질적으로는 군이 정부와 반정세력을 다같이 물리치고 스스로 위기수습의 주역으로 등장하려 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버마군은 18만6천명의 병력을 가진 잘 조직되고 기강이 선 집단이다. 지금까지 해· 공군 중에서 일부시위대에 참가한 예가 있지만 해·공군 병력은 l만 명 미만이고 나머지 17만 여명의 육군은 전혀 동요된 바 없다. 따라서 두 달 동안의 혼란 속에서 미얀마 육군은 이 나라에 남아있는 유일 최대의 조직된 집단으로 건재하고 있다.
이제 군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이상 버마의 민주화과정은 군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 확실하다.
일부 학생들이 ,무력 항쟁을 선언하고 있지만 정규군에 대항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그래서 19일의 쿠데타는 유혈 사태의 가능성을 크게 높여줬다.
우리는 이 결정적 단계에서 버마의 민간세력과 군이 현명한 타협의 길을 모색하도록 권하고 싶다.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버마 국민들의 반독재, 민주화 시위는 그 범위와 강도·에 있어서 이미 무력의 힘으로 되돌려질 수 없음을 명백히 했다.
또 버마가 추구하고있는 경제개혁이나 버마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시아의 민주화 대세는 다원화사회로의 전진만이 난국을 극복하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런 맥락에서 미얀마군의 다당제 총선실시 공약이 국민들의 민주화 염원과 순탄한 합치점을 찾게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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