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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은 카메라를 이길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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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렌 카우프만은 라이카 카메라의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의 부인이자 전 세계 19개국에서 운영 중인 라이카 갤러리의 관장 겸 아트 디렉터다. [사진 라이카]

카린 렌 카우프만은 라이카 카메라의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의 부인이자 전 세계 19개국에서 운영 중인 라이카 갤러리의 관장 겸 아트 디렉터다. [사진 라이카]

카린 렌 카우프만은 라이카 카메라의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의 부인이자 전 세계 19개국에서 운영 중인 라이카 갤러리의 관장 겸 아트 디렉터다. 또한 전 세계 120여 개국의 사진가를 대상으로 하는 가장 오래된 사진 공모전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올해로 38회를 맞은 라이카의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는 35mm 필름 카메라이자 라이카 카메라의 프로토 타입인 ‘우르-라이카(Ur-Leica)’를 발명한 기계공학자 겸 사진가인 오스카 바르낙의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 1979년부터 진행해온 전통의 사진 공모전이다. 2018 공모전은 지난 4월 5일 접수가 마감. 수상자는 9월에 발표한다.
지난 16일 독일 베츨러 ‘라이츠 파크’ 3관 개관 기념식에서 만난 카린 렌에게 현대인의 삶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사진과 카메라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이카 카메라' 아트 디렉터 카린 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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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렌 카우프만은 전 세계 120여 개국의 사진가를 대상으로 하는 가장 오래된 사진 공모전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카린 렌 카우프만은 전 세계 120여 개국의 사진가를 대상으로 하는 가장 오래된 사진 공모전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의 목적은.
“라이카 카메라 홍보, 사진 퀄리티 향상 등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중요한 건 ‘이야기’다.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는 사진을 1장만 공모하는 게 아니라 10~12장의 사진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야 한다. 단 1장의 훌륭한 사진이 있을 수도 있지만 10~12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아주 힘들다. 사진을 통해 우리 삶의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반드시 라이카 카메라로 찍어야 하나.
“캐논, 니콘, 올림푸스 등 어떤 카메라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공모전에선 스토리와 사진에만 초점을 맞춰 심사한다.”

-7년 전부터 25세 이하 ‘신진 사진작가’ 부문을 시작했다.
“실력 있는 젊은 사진작가들을 발굴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공모전 최종 10명에 뽑히면 그해 가을 베를린에서 6~8주 정도 전시회도 연다. 요즘은 사진작가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할 만한 젊은 사진가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공모전의 주제가 매년 동일하게 ‘인간과 환경’이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우리는 모두 지구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지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그 결과를 지금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우린 좀 더 환경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아주 철학적이고 열린 주제라서 담을 수 있는 내용이 무궁무진하다.”

-우승자 선정 시 주요한 기준은.
“나를 제외하고 심사위원들이 매년 바뀌기 때문에 기준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다만 변치 않는 것은 10~12장의 사진을 관통하는 ‘이야기’와 ‘감성(emotion)’이 확실해야 한다. 감성은 정말 중요하다. 누군가 어떤 사진 앞에 멈춰 섰다는 건 그 사진이 주는 감성에 끌렸다는 말이다. 그래서 감성에 영향을 주는 색, 즉 빛이나 그림자 등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도 세심하게 본다. 포토샵을 사용한 사진은 탈락이다.”

라이츠 파크 개관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카린 렌은 오는 7월에 출시될 새로운 카메라 '라이카 C-LUX'를 갖고 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었다.

라이츠 파크 개관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카린 렌은 오는 7월에 출시될 새로운 카메라 '라이카 C-LUX'를 갖고 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었다.

-라이카 카메라의 가치는.
“우리는 아주 길고 오래된 스토리를 갖고 있다. 1914년 오스카 바르낙이 ‘우르-라이카’를 만들기 전에는 사진을 찍으려면 크고 무거운 장비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바르낙은 천식이 있었고 무거운 장비들을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그가 방법을 고민한 끝에 발명한 게 세계 최초의 휴대용 콤팩트 카메라 ‘우르-라이카’다. 또한 우리에겐 전 세계 41개국에 퍼져 있는 라이카 패밀리가 있다. 즉 ‘라이카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특별한 결속력이 있다. 이것이 우리의 이 작은 기기(라이카 카메라)가 다른 것(사진기)과 차별되는 이유다.”

-요즘은 대부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 회사로선 고민할 문제가 아닌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메라와 휴대폰은 확실히 퀄리티가 다르니까. 카메라를 (휴대폰만큼) 작게 만들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진의 퀄리티를 지키려면 지금의 기술로선 도저히 줄일 수 없는 기능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에도 줌 기능은 있지만 카메라의 성능과는 비교도 안 된다. 깊이감도 틀리고, 출력해보면 그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부피감 면에선 휴대폰이 훨씬 유리하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렌즈 크기 등의 이유로 카메라의 크기가 줄어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라이카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한 ‘화웨이 P20 프로’ 같은 휴대폰은 꽤 괜찮은 제품이다. 요즘은 모든 사람이 사진작가이고, 스마트폰 카메라는 입문 기기인 셈이다. 그래서 우린 입문자들의 스마트폰 사진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화웨이와 협력했고 결과는 만족스럽다.(올해 초 라이카가 설계한 4000만 화소 RGB(레드·그린·블루) 렌즈, 2000만 화소 흑백 렌즈, 800만 화소 망원 렌즈 등 세계 최초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화웨이 P20프로는 인터뷰가 있었던 다음날인 16일 판매량 600만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만족 못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결국 라이카를 찾게 될 것이다.”

라이츠 파크 3관 개관을 기념해 미국의 사진가 브루스 데이비슨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라이카는 1년에 1명씩 원로 사진가를 선정해 '명예의 전당' 상을 수여하고 사진전을 열고 있다. [사진 라이카]

라이츠 파크 3관 개관을 기념해 미국의 사진가 브루스 데이비슨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라이카는 1년에 1명씩 원로 사진가를 선정해 '명예의 전당' 상을 수여하고 사진전을 열고 있다. [사진 라이카]

미국 사진가 브루스 데이비슨의 작품. 1960년대 미국 청춘들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사진 라이카]

미국 사진가 브루스 데이비슨의 작품. 1960년대 미국 청춘들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사진 라이카]

-전 세계에서 무료로 라이카 갤러리를 운영하는 목적은.
“당연히 좋은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또한 사진작가들을 지원하자는 목적도 있다. 앞서 말했듯 이전에는 사진작가들이 다양한 매체와 장기계약을 맺고 일을 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잡지사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고용할 만큼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고, 신문사에선 취재기자들에게 직접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우린 사진작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우린 사진 문화와 사진의 퀄리티에 대한 책임감도 깊게 느끼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 19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고, 올해 말까지 4개를 추가할 예정이다.”

-한국엔 정식 라이카 갤러리가 없어서 아쉽다
“방콕, 싱가폴 등엔 갤러리가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없다. 개인적으로도 곧 열 수 있길 희망한다.”

-라이츠 파크를 찾는 관광객은 어떤 문화적 선물을 얻어갈까.
“‘전 세계 사진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의 집’이라는 생각으로 와서 사진에 대한 공감과 열정, 감성과 웃음을 가져가길 기대한다.”

독일 베츨러=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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