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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가겠다’고 다짐한 드루킹 특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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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 수사가 어제 시작됐다. 허익범 특검은 “인적·물적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겠다. 이것이 수사에 임하는 태도와 각오다”고 말했다. “정석대로”와 “조용하고 담담하게 객관적인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겠다”는 등의 표현으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수사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 사건이 특검 수사에까지 이른 것은 경찰과 검찰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인적·물적 증거를 소홀히 여긴 데서 비롯됐다.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디지털 증거 확보·보존 작업도 부실했다. 경찰은 드루킹 김동원씨를 김경수(경남지사 당선인) 전 의원에게 연결해 준 것으로 알려진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끝내 부르지 않았다. 김 전 의원 추가 소환도 말뿐이었다. 인적 증거 수집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허 특검의 ‘증거 우선’ 방침은 바람직하다.

이 사건은 지난 대선과 얽혀 있고, 드루킹 일당 댓글 조작의 배후로 김 전 의원과 송 비서관을 포함한 정권 실세들이 지목돼 있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틀 전 송 비서관이 부속비서관에서 정무비서관으로 옮긴 것을 놓고도 야당 측이 “뭔가 꼼수가 내포된 것 아니냐”며 눈을 치켜뜰 정도다. 특검팀의 수사 결과가 부실하면 온 나라가 다시 정치공방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 전 의원 등의 댓글 조작 공모 여부를 명쾌하게 가를 객관적 증거 발굴이 특히 중요하다.

2002년 ‘이용호 게이트’의 차정일 특검은 치밀한 단서 추적과 증거 수집으로 검찰총장 동생과 대통령 처조카를 구속해 성공적 특검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국민은 거물급 인사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그대로 묻힐 뻔했던 ‘진실’을 캐낸 특검팀의 성실함과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허 특검이 어제의 다짐을 잊지 않고 진실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증거들을 부지런히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