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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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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9보(126~137)=반상에 막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친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관전자들 집중도도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승부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뜻밖의 역전이 펼쳐질 때다. 지금 바둑이 그 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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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로 흑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차단됐다. 지원군이 하나도 없는, 완벽하게 외로운 미생마다. 완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자신과 등을 맞대고 있는 우하 백 대마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잔혹한 싸움이 불가피하다.

탕웨이싱 9단은 머리를 싸매고 고통스러운 수읽기에 몰입했다. 백이 136으로 밀 때, 알기 쉽게 ‘참고도’처럼 흑1로 단수치는 것은 흑이 수 부족이라 수상전이 안 된다. 거대한 흑 대마가 통째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흑은 반드시 더 강력한 수를 찾아내야 한다. 바둑판을 노려보던 탕웨이싱 9단이 137로 상대의 심장을 관통하는, 독기 어린 한 방을 날렸다. 그가 이토록 독하게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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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탕웨이싱 9단과 달리,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역전의 가능성을 맛본 구쯔하오 5단은 다시 한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력하고 괴로워 보였던 그의 얼굴에는 다시 봄이 찾아온 듯 생기가 넘쳐흐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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