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킥 막고 최고 평점... 월드컵 데뷔전 치른 이집트 45세 '형님' 골키퍼

중앙일보

입력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 출전한 이집트 베테랑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 [EPA=연합뉴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 출전한 이집트 베테랑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 [EPA=연합뉴스]

 45세 5개월에 출전한 첫 월드컵 본선.

이집트 베테랑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45)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마침내 그라운드를 밟았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출전한 월드컵 첫 경기에서 그는 비록 팀 패배를 막진 못했지만 90분 풀타임 골문을 막아선 그의 투혼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 선발 출장한 엘 하다리는 전후반 추가 시간에 각각 1골씩 내줘 이집트의 1-2 패배를 막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그라운드에 선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뒀다. 만 45세 161일 만에 월드컵 무대에 선 엘 하다리는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콜롬비아 골키퍼 파리드 몬드라곤이 세웠던 월드컵 본선 최고령 출전 기록(만 43세 3일)을 깼다. 앞서 치른 조별리그 2경기에서 무함마드 시나위를 선발 골키퍼로 출전시켰던 이집트는 최종전에선 엘 하다리에게 기회를 줬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전반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엘 파라지의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는 이집트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 [AP=연합뉴스]

26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에서 전반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엘 파라지의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는 이집트 골키퍼 에삼 엘 하다리. [AP=연합뉴스]

1973년 1월 15일생인 엘 하다리는 1996년부터 이집트 A대표팀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감독이 수시로 교체됐고, 리그가 생겼다 사라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집트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왔던 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전을 포함해 A매치 통산 157경기를 뛴 그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자 마침내 그토록 바랐던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엘 하다리는 경기 전 "(사우디아라비아전) 경기에 뛰게 되면, 나뿐 아니라 이집트도 하나의 성취를 이루게 되는 것"이라며 의미 부여를 했다.

엘 하다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강력한 선방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전반 41분 사우디아라비아의 하탄 바흐비로가 찬 페널티킥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날려 손으로 쳐내 선방한 것이다. 비록 전반 추가 시간 다시 페널티킥을 내줘 살만 엘 파라지에게 골을 허용하고, 후반 종료 직전 살만 알 도사리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역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그의 페널티킥 선방과 최후방에서 든든한 존재감을 드러낸 활약에 영국 축구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엘 하다리에게 평점 8.1점으로 이집트 선수 중에 가장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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