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재선들 “김성태 유임해야” 일부 중진은 “즉시 물러나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수습방안 논의에 나선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수습방안 논의에 나선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참패 후 당 재건 방식을 두고 혼선을 빚는 가운데, 초·재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

초·재선 “한국당 이제 계파 없다” #혁신안 내건 지도부 탄력 받을 듯 #심재철·이주영·유기준 등 중진 #“비대위 준비위 즉각 해체해야”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25일 오후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당 대책 논의를 가졌다. 지난 21일 열린 의원총회가 성과는커녕, 당내 갈등만 노출한 데 따른 후속 모임이었다. 당초 선수별로 모였던 초·재선 의원들은 이날 처음으로 합동 모임을 가졌고, 전체 75명의 의원 중 53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약 3시간여 비공개로 진행된 논의 끝에 박덕흠 재선 의원 모임 간사는 “회의의 주 내용은 원내대표 문제였는데, ‘원내대표가 유임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 의견을 나왔다”고 전했다. 당 대표가 공백인 가운데, 하반기 원 구성 등을 앞두고 또다시 지도부에 공백이 생길 경우 상임위원회 배분 등에서 혼란이 생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의원은 “저희들(한국당)은 이제 계파가 없는데 언론에 계파가 있는 것처럼 비쳐 유감”이라며 “앞으로 초·재선 의원들은 계파 모임에서 혹시 부른다 하더라도 안 가는 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 유임 등 이날 나온 논의에 대한 전체 의원 의견을 듣기 위해 당 지도부에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앙당 축소와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에 전권 위임 등을 골자로 하는 ‘김성태 혁신안’에 대해서도 다수가 동의했느냐는 질문엔 “논의가 안 됐다”고 말했다.

전날 혁신 비대위 준비위원회 출범을 통해 쇄신 방아쇠를 본격적으로 당긴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초·재선들의 지지 결정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당 혁신 비대위 준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이 강조한 것도 계파를 초월한 혁신이었다. 그는 이날 오전 6·13 지방선거 후 처음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어느 누구에게 유불리를 따져서 하는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최대 공약수로 모이는 위원장을 비롯한 혁신 비대위가 꾸려지도록 기초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당내 계파 갈등을 의식한 듯 “저 자신이 어느 계파도 아니었고 중앙 계파에 피해 본 당사자”라며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의원님들의 많은 고견을 듣고, 또 언론과 국민의 요구도 잘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이번에 확실히 소위 ‘친박’·‘비박’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혁신 비대위 준비위는 안상수 위원장을 비롯해 재선의원 모임 간사인 박덕흠 의원, 초선의원 모임 간사인 김성원 의원, MBC 앵커 출신의 배현진 송파을 원외 당협위원장, 허남진 전 중앙일보 논설주간, 장영수 고려대 교수, 장호준 6·13 지방선거 낙선자 청년대표 등 6명이 준비위원으로 선임됐다. 준비위는 26일 오전 첫 회의를 열고 인적 청산 등 전권을 위임받게 될 혁신 비대위 논의를 시작해,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인선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지방선거 참패 후 모임을 자제했던 일부 중진들이 이날 오전 “김성태 원내대표의 즉시 사퇴”와 “혁신 비대위 준비위 즉각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심재철·이주영(이상 5선)·유기준·정우택·홍문종(이상 4선) 의원 등이다. 나경원 의원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별도 페이스북 입장을 통해 이 모임과 뜻을 같이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한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준비위 구성을 보면, 김성태 대행의 편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김 대행이 제2의 홍준표가 되려는 게 아닌가 걱정돼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