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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폼페이오의 ‘2년 6개월 이내 비핵화’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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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 <2018년 6월 15일 30면>
폼페이오의 “2년 반 안에 북한 CVID” 발언에 주목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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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그제 방한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여럿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했듯 지난 12일의 정상회담은 “전쟁과 핵, 장거리 미사일 위협에서 세계인들을 벗어나게 한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귀가 닳도록 외쳐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함께 핵 폐기의 시한과 방법도 합의문에서 빠져 미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화협상 중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한국 내 안보 불안이 번지고 있다. 이러다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불거진다.

이 와중에 미국의 외교 수장인 폼페이오가 직접 나서 우리의 불안감을 덜어줄 내용을 밝혔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북한을 향해 “2년 반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 바란다”고 압박한 대목이다. 그는 또 “합의문 안의 완전한(complete) 비핵화란 표현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장담대로 2년 반 안에 CVID가 이뤄지면 이보다 다행한 일은 없다.

하지만 어려운 과제일수록 거저 되는 일은 없는 법이다. 2년 반이란 기한 내에 북한이 비핵화를 단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일사불란한 공동작전을 펴야 한다. 한쪽에선 대북제재를 죄는데 다른 편에서 풀면 그 정책이 먹힐 리 없다. 그러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증명되지 않는 한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폼페이오의 발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대미 불신과 함께 핵무장과 같은 극단적 주장이 국내에서 힘을 얻을 것이란 점도 양국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한겨레 <2018년 6월 15일 23면>
폼페이오의 ‘2년6개월 비핵화’ 발언을 주목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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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마칠 시점의 시급성을 알고, 이를 신속히 이행해야 함을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한 것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한국을 찾은 그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2년6개월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다”라고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처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2년6개월 내 주요 비핵화’ 발언은 논란 많은 ‘비핵화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실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많은 핵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엔 최소한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에 비춰보면,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시간표 문제에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연내 완전한 비핵화’ 또는 아예 ‘즉각적인 북한 핵·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 안전보장이 맞물려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너무 조급한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중요한 건 현실성 떨어지는 당위적 주장이 아니다. 북-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단계적이고 분명한 비핵화 과정을 밟아나가는 게 훨씬 긴요하다. 그런 점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식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논리 vs 논리
“한미 공조로 비핵화 이뤄야” vs “신뢰 바탕으로 단계적 비핵화 모색해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4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설명을 위해 방한해 ’2년 반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 바란다“며 비핵화 로드맵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뉴욕 북·미 고위급 회담 뒤 기자회견 모습. [사진 미 국무부 홈페이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14일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설명을 위해 방한해 ’2년 반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 바란다“며 비핵화 로드맵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뉴욕 북·미 고위급 회담 뒤 기자회견 모습. [사진 미 국무부 홈페이지]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북핵 해결 모멘텀을 마련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회담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유일한 반응은 실망뿐”이라고 혹평했다. 북핵 해결의 핵심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언급이 없을 뿐더러, 언제까지 어떻게 핵무기를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벌어졌던 핵 갈등 당시엔 6개월이라는 협상 시한을 정해놓았었다. 하지만 이번 북·미 정상 공동 성명에는 결과를 강제할 만한 규정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2년 6개월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해낼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라고 발언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모호했던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윤곽이 들어났기 때문이다.

폼페이오의 발언에 대해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중앙은 “미국의 외교 수장인 폼페이오가 직접 나서 우리의 불안감을 덜어줄 내용을 밝혔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한다. 한겨레는 “2년 6개월 내 주요 비핵화 발언은 논란 많은 비핵화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후한 점수를 준다.

하지만 ‘2년 6개월’의 의미에 대해서는 두 신문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한겨레는 “북·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단계적이고 분명한 비핵화 과정을 밟아가는 게 훨씬 긴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는 북·미 정상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가 검증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신뢰가 생기면 검증도 가능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학자도 ‘CVID’가 공동발표문에서 빠졌기 때문에 오히려 조속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싱가포르 성명은 비핵화만큼이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앞세우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쌓인 불신의 벽이 높기에, 먼저 관계를 회복하고 신뢰를 쌓은 후에야 핵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도 열린다는 논리에서다. 한겨레의 주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겨레는 “연내 완전한 비핵화 또는 아예 즉각적인 북한 핵·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너무 조급한 주장으로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잘라 말한다.

1993년 제 1차 북핵 위기 이후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북핵문제를 풀어가려 했다. 그러나 합의를 이루어놓고도 서로를 믿지 못하기에 핵무기개발과 북한 공습 등의 적대정책을 내려놓지 못했다. 때문에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식으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폄하하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는 한겨레의 충고에는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신뢰회복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반면 중앙은 “2년 반 내에 주요 비핵화가 달성되기 바란다”는 폼페이오의 발언을 “압박”으로 해석한다. 또 “합의문 안의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은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이란 말을 아우르는 것”이라는 발언 또한 비중 있게 소개한다. 나아가 우리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증명되지 않는 한 유엔 대북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폼페이오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폼페이오는 북한 관영매체가 “북·미 정상이 단계별 동시 행동 원칙에 동의했다”는 보도한 것에 대해 “무시해도 좋은 말”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대화를 계기로 북핵 회담을 이끌어내며 국제적인 제재를 느슨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면서 핵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고 국제사회의 경제 원조만 챙겨갔다. 중앙이 “2년 반이란 기한 내에 북한이 비핵화를 단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일사불란한 공동작전을 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 북·미 정상회담의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사설은 신뢰 회복이 먼저인지,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이 우선해야 하는지를 놓고 벌어지는 우리 사회의 논란을 잘 보여준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