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선단 47척 한강에서 해맞이박진감 넘치는 「고놀이」 동서 접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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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개회식
『벽을 넘어서』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은 인종의 벽, 이념의 벽, 빈부의 벽, 언어의 벅 등 서로를 가로막는 모든 벽들을 무너뜨리고 인류가 하늘. 땅과 더불어 하나될 것을 주제로 한 갖가지 문화예술행사들을 펼친다.
개회식은 17일 오전10시30분부터 3시간 동안, 올림픽을 마감하는 폐회식은 오는 10월2일 오후7시부터 1시간25분 동안 각각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화합과 전진」 이라는 기본이념을 살리기 위해 전통예술의 원형, 고유의 민속놀이, 여백과 침묵의 미학, 음과 양의 조화 등을 재해석·재창조한 올림픽 개· 폐회식의 문화예술행사들을 알아본다.

<해맞이>
한강에서 크고 작은 꽃배·용고선· 선녀선·합창단선·호위선 등 47척이 황용기·천하태평기·백호기· 오륜기 등을 휘날리며 세계의 젊은이들을 찬양하는 음악과 남성합창단의 뱃노래 속에 잠실 선착장에 이르는 강상제가 약10분간 올림픽주경기장의 대형 전광판에 비쳐지고 나면 전세계의 손님들을 맞아들이는 뜻의 길놀이가 약6분 동안 벌어진다.
1천2백48명이 출연하는 이 길놀이는 한국 고유의 전통놀이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농무의 일종.
한강에서 강상제를 마친 지름 2백2Ocm, 두께 2백30cm 크기의 용두가 잠엄한 북소리와 함께 주 경기장으로 들어선다. 원색 깃발에 휩싸인 초대형 용고의 행렬이 「세계 수」를 향해 나아가면 1천2백48명의 북꾼들은 통로를 터주며 자세를 낮추고 각각 하늘·땅·사람을 상징하는 원형·정사각형·정삼각형의 형태를 만들어 삼재사상을 표현. 세계 수는 한국의 신단수와도 같은 상징적인 나무로 29m 높이의 세계 수 앞에서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인류의 화합을 위한 엄숙한 의식을 거행하는 「세계 수 무」를 펼친다.
용고 행렬의 북소리가 절정으로 치닫다가 일순 정지되어 주 경기장이 잠시정적에 휩싸이는 순간 한국 선녀와 희랍여인을 연상시키는 흰옷차림의 무용수들이 입장, 세계 수 앞에 반원형으로 모여 동서의 만남을 상징하는 춤이 어우러진다.
잇달아 1천6백 명의 현대 무용수들이 오색풍선을 날리면서 등장하면 용고 행렬과 북꾼들이 퇴장.
흰머리 띠에 이어진 빨강·파랑·노랑의 술로 삼재사상을 보여주는 현대 무용수들은 「태초의 빛」 을 활기찬 춤으로 보여준다.

<어서 오세요>
88명의 나팔수에 의해 서울올림픽 팡파르가 연주되고 귀빈소개가 끝나면 1천6백 명 현대무용수들의 서울올림픽을 환영하는 춤이 계속된다. 경쾌하고도 유연한 춤과 함께 「WELCOME」 이라든가 오륜·삼태극·올림픽 엠블럼 등의 대형을 보여주다 「어서 오세요」 란 글자를 만드는 것이 마지막 순서.
엎드린 자세에서 각각 『어!』『서!』『오!』『세!』『요!』 를 외치며 일어선 뒤 트랙 안쪽에 줄지어 서서 손을 흔들며 잇달아 입장하는 각국 선수들을 맞는다.
이 같은 식전공연의 총괄안무자는 허규·임성남·육완순 씨. 음악은 공석준·박벌운·강순일·최동선 씨가 작곡했다.

<좋은날 .
선수단입장· 대회사· 환영사· 개회선언· 올림픽기 게양· 성화점화 . 올림픽선서·애국가연주·선수단 퇴장 등의 순서로 서울올림픽개회식의 공식행사가 모두 끝나면 식후공연이 이어진다.
하늘의 신기를 받는 땅의 기쁨을 기리기 위해 8백 명의 차일 춤 무용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사이 76명의 패러슈터들이 하늘에 나타난다.
고도 5천 피트 상공에서 정밀 강하한 44명과 1만2천 피트 상공에서 올림픽링 점프를 시작한 패러 슈터들이 강신 하듯 내려오면 차일 춤 무용수들이 반기며 강복의 춤을 춘다. 청명한 가을하늘과 어우러지듯 흰 저고리 파란 치마에 금박 올린 파란댕기 차림의 무용수들은 조각 보를 휘날리며 춤추다 패러슈터들과 함께 퇴장.
이어 태고적의 태평성대를 기리는 화관무가 시작되어 「황금시대」를 열어 보이듯 우아하고 세련된 음률 속에 동양적 정서가 담긴 춤사위로 행복한 공간을 연출한다.
12분 동안 펼쳐질 이 공연은 김백봉 씨가 총괄안무를 맡았으며 음악은 김희조 씨가 작곡.

<벽을 넘어서>
국가· 민족· 남녀·인종·빈부·종교 그리고 인간과 자연 및 기계사이의 장벽 등 인류가 안고있는 모든 종류의 「벽」을 무너뜨리는 상징적 프로그램.
태권도를 한국전통 무예로서뿐 아니라 강인하고도 우아한 춤사위와 함께 인류의 장벽을 허무는 대형으로 계속 변화시키도록 안무했다. 마침내 산을 상징하는 대령을 만들어 인류의 힘으로 태산을 무너뜨린다는 의미로 나무판들을 연결 격파하여 「화합과 전진의 새날」을 열어놓고 퇴장한다.

<혼돈>
각양 각색의 얼굴들이 한데 만나 이세상의 선과 악, 기쁨과 슬픔, 승리와 패배,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듯 서로 뒤엉켜 어우러지다 비로소 하나가 되어 본래의 얼굴로 돌아가도록 하는 축제마당.
경기장 한복판에 약10m 높이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서있고 이 대형 장승 주위로 세계 60개국의 전통가면 1백48종류 8백 개의 가면들이 몰려들어 제각기 다른 얼굴과 가치 및 성격들을 보여준다. 4∼5m 높이의 대형 장대가면들과 얼굴가면들이 서로 어우러졌다 흩어지면서 세계의 분열상태를 표현한다. 또 경기장 지붕위로 처용 먹중 말뚝이 양반 할미 도령 머슴 문둥이 등 한국 고유가면 애드벌룬들이 떠올라 경기장 한복판의 가면들을 내려다 본다.

<정적>
태권도 단이 물러난 뒤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정적에 빠져든 경기장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듯 기대에 찬 분위기.
이때 아치형의 각색 풍선들을 잇대어 무지개처럼 꾸민 터널에서 빠져 나온 어린이가 천진난만한 몸짓으로 은색의 굴렁쇠를 굴리며 경기장을 가로질러 성화대를 향해 달림으로써 동양적 여백과 침묵의 미를 연출한다.

<새싹>
인류의 희망인양 활기차게 달려나온 1천2백 명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바람개비·제기·고무줄·굴렁쇠·줄넘기 등 한국 전래놀이를 즐기며 경기장을 이리저리 누빈다. 무용이나 매스게임의 도식에서 벗어나 떼지어 놀면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등 전래민요를 불러 관중들을 더욱 즐겁게 한다.
얼핏 무질서한 듯 보이면서도 나무토막 쌓기 등 재미있는 구도를 만들며 뛰어다니다 꽃장식 같은 바람개비를 일제히 공중에 날리면서 퇴장한다.
약5분 동안 순진 무구한 어린이들의 노는 모습을 통해 밝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이 프로그램은 이덕분 씨가 총괄 안무했으며 음악은 이건용 씨가 작곡했다.

<화합>
음양의 결합이라든가, 화합과 결속을 강조한 한국전래의『고놀이』를 더욱 밀도 있고 박진감 넘치게 구성하여 동· 서양의 만남을 보여준다.
굳센 투지와 일사불란한 통제력, 철통같은 협동심과 단결력이 돋보이는 이 민속놀이에는 1천6백 명이 참가하여 재생과 풍요를 상징하는 개회식의 절정을 연출한다.
청·백·적·흑·황등 다섯 방위를 나타내는 색으로 만든 청용기·백호기·동부기·서부기·영기와 농기들을 휘날리며 징·북 등 민속악기 리듬에 맞춰 양편이 밀고 당기고 이리저리 몰렸다 흩어지면서·인류역사의 격동과 평화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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