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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XX""고인 물" 설전…文대통령, 악연 JP 조문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지 않았다.

이날 오전 2박 4일간의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순방 중이던 지난 23일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접한 뒤 빈소로 조화를 보낸 데 이어,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2월 2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를 조문하고 김 전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015년 2월 22일 오후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부인 故 박영옥 씨의 빈소를 조문하고 김 전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당초 귀국 직후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23일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은 이낙연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동정에 대해서 총리가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제 견해로는 오실 것으로 본다”며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시고 총리이셨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서 정부에서 소홀함이 없게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귀국한 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조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단 러시아 순방 성과를 공유한 뒤 조문과 관련한 별도 일정을 잡을지 여부를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별세한 2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조화가 놓혀있다. 뉴스1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별세한 2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조화가 놓혀있다. 뉴스1

문 대통령과 김 전 총리는 여러 차례 독설에 가까운 설전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지난해 대선 직전인 5월 5일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난 뭘 봐도 문재인이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문재인이가 얼마 전에 한참 으스대고 있을 때 한 소리가 있어. 당선되면 김정은이 만나러 간다고. 이런 놈을 뭐를 보고선 지지를 하느냔 말이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가 자기 할아버지라도 되나”라며 “빌어먹을 자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홍 전 대표에게는 “(홍 후보의)얼굴을 보면 티가 없는데, 됐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의 안보관을 문제 삼은 김 전 총리와의 접견 내용을 담은 영상을 대선 국면에서 홍보물로 사용했다.

김 전 총리는 2016년에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문재인은 이름 그대로 문제”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2015년 2월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 조문 온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돌이켜보면 한 일이 없다”면서 “정치인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는다. 정치인이 먹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내가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1월 펴낸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자신을 “문제”라고 했던 김 전 총리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있다. 그는 “JP가 최고의 평가를 했다. 문제를 품지 않고 어떻게 답을 찾아가겠느냐”며 “그분은 정말 많은 문제를 가슴에 품고 고뇌하고 있는 제 모습을 정확하게 본 노련하고 노회한 은퇴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어 “언제 JP인데 지금도 JP입니까”라며 “이제는 정치와 초연한 어른으로 남으셔야지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또 그를 찾아다니는 정치인들도 구시대적인 모습으로 비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치는 바로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라며 “JP는 오래전의 고인 물이다. 옛 정치인들은 이제 원로 반열에 올라가고 후진한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JP가 별세한 지난 23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의 존재감만큼이나 그의 빈자리는 더 커 보일 것이며 우리는 오래도록 아쉬워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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