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멕시코전이 끝난 뒤 로스토프 아레나의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지난 18일 스웨덴과 1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박주호(울산)은 김승규(빗셀 고베)의 어깨를 붙잡고 절뚝거리며 겨우겨우 걸어나갔다. 이날 종아리 부상을 당한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고개를 푹 숙인채 목발을 짚고 빠져 나갔다. 한국 선수들은 치열한 전쟁을 치른 군인 같았다.
한국은 이날 멕시코에 1-2로 졌다. 기성용은 상대 슛을 육탄방어로 막아냈다. 기성용이 상대선수와 일촉즉발 신경전을 벌일 때, 20세 막내 공격수 이승우(베로나)는 마치 '우리형 건들지 말라'는듯 상대를 밀어냈다.
경기 후 오른쪽 수비수 이용(전북)은 무릎을 꿇고 서럽게 울었다. 두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장현수(도쿄)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용을 일으켜세워주고, 장현수를 꼭 안아줬다. 경기 후 선수들은 모여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다. 부상을 당해 3차전 출전이 불투명한 기성용은 "너무 고맙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꾹 참았다. 우리도 36년만에 월드컵에 출전한 페루처럼 죽기살기로 뛰었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다 했다고 보여진다. 쥐가 난 선수가 나올 만큼 체력적으로 다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 역시 "누가봐도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했다. 국민들도 이런 경기를 원하셨을거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손흥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수가 울었다. 선수들의 눈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울음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나도 울고 싶었지만 방송 중이라 가슴으로 같이 울었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