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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목발, 박주호 절뚝...믹스트존은 전쟁터 같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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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박주호가 23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목발을 짚고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축구대표팀 박주호가 23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목발을 짚고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24일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멕시코전이 끝난 뒤 로스토프 아레나의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지난 18일 스웨덴과 1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박주호(울산)은 김승규(빗셀 고베)의 어깨를 붙잡고 절뚝거리며 겨우겨우 걸어나갔다. 이날 종아리 부상을 당한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고개를 푹 숙인채 목발을 짚고 빠져 나갔다. 한국 선수들은 치열한 전쟁을 치른 군인 같았다.

23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1-2로 패한 한국의 기성용이 아쉬워하며 그라운드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23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1-2로 패한 한국의 기성용이 아쉬워하며 그라운드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멕시코에 1-2로 졌다. 기성용은 상대 슛을 육탄방어로 막아냈다. 기성용이 상대선수와 일촉즉발 신경전을 벌일 때, 20세 막내 공격수 이승우(베로나)는 마치 '우리형 건들지 말라'는듯 상대를 밀어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가운데)과 멕시코의 에디슨 알바레즈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가운데)과 멕시코의 에디슨 알바레즈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기 후 오른쪽 수비수 이용(전북)은 무릎을 꿇고 서럽게 울었다. 두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장현수(도쿄)의 눈에서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용을 일으켜세워주고, 장현수를 꼭 안아줬다. 경기 후 선수들은 모여 한참을 이야기를 나눴다. 부상을 당해 3차전 출전이 불투명한 기성용은 "너무 고맙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꾹 참았다. 우리도 36년만에 월드컵에 출전한 페루처럼 죽기살기로 뛰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한국이 1-2로 패한 뒤 손흥민이 장현수를 위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한국이 1-2로 패한 뒤 손흥민이 장현수를 위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건 다 했다고 보여진다. 쥐가 난 선수가 나올 만큼 체력적으로 다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 역시 "누가봐도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했다. 국민들도 이런 경기를 원하셨을거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손흥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수가 울었다. 선수들의 눈물을 보면 알 수 있다. 울음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나도 울고 싶었지만 방송 중이라 가슴으로 같이 울었다"고 말했다.

로스토프나도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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