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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안, 경찰국가 우려 커지고 검찰 개혁은 미흡”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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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호 07면

양홍석 변호사

양홍석 변호사

“국민의 관점에서 낸 수사권 조정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경찰 국가에 대한 우려는 커졌고 검찰 개혁은 부족했습니다."

진보 성향 양홍석 변호사의 진단 #과잉 수사, 인권침해 빈발할 우려 #검찰-거대 권력 유착 해소 안 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을 맡고 있는 양홍석(40) 변호사는 22일 정부가 전날 발표한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 부처가 시민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명예훼손 사건에서 무료 변론을 했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한 '진보 성향' 법률가다. 경찰청 산하 ‘경찰개혁위원회’에선 인권보호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이날 서초동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만난 양 변호사는 "정부의 조정안이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진다면 경찰의 과잉수사와 사건 은폐가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1차 수사를 종결할 수 있도록 한 수사종결권은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과 경찰이 대등한 협력 관계에서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경찰이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도록 했고, 경찰 수사 독립을 위해 검사의 수사지휘도 폐지하자고 했다.

Q.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가지면 국민이 경찰, 검찰에서 두 번 조사 받는 일이 줄어든다고 한다.

A. 수사 과정에서 우려되는 인권 침해를 줄이려고 지금의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졌다. 두 기관이 차례로 신중하게 검토해 억울한 사람 구제하고, 놓친 범죄를 찾아내라는 것이다. 문제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종결권을 가질 경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방지할 장치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마련한 보완책은 경찰 수사 종결 후의 통제여서 이미 침해된 인권을 구제하는 절차가 된다.

Q.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질 경우 구체적으로 무엇이 우려되나.
A. 사건 은폐다. 고소ㆍ고발 사건은 사건 관련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약 사건처럼 피해자는 없지만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사건의 경우 경찰이 봐주고 덮어도 문제제기할 사람이 없다. 무혐의 사건에선 경찰이 검찰에 불기소 결정문을 보내 이런 폐해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무혐의를 위해 만들어진 사건 기록만 봐서는 검사도 문제점을 잡아내기 어렵다. 또 검사가 불기소 결정된 사건을 시정조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게 검사의 조사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사건 은폐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는 것이다.

Q. 하지만 검찰은 수사·영장청구·기소권까지 모두 갖고 있다. 비대한 권력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나.
A. 검찰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부여돼 있다는 건 경찰이 지난 50년간 만들어낸 프레임에 가깝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딱 잘라 분리하기 어렵다. 검사에게 피의자에 대한 수사·조사권은 주지 않고 유·무죄만 판단해 기소하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막강하다거나 독점한다고 평가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총리 임명권을 ‘독점’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Q.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 검찰이 과잉수사ㆍ사건 은폐의 공범이라는 지적은 틀리지 않다.
A. 수사권 조정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 검찰의 잘못은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거대 권력과 연관된 대형 특수수사·공안수사가 문제였다. 일부 검사들이 권한을 남용하면서 정치 편향성이 생겼다. 경찰에 검찰권을 일부 넘겨준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특수·공안 수사의 예산과 인력을 줄여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정부 발표안은 검찰의 특수수사 영역을 방대하게 인정해주는 치명적 허점을 드러냈다.

Q. 영장청구권은 어떤가. 헌법을 개정해 경찰에 이 권한을 나눠주자는 주장도 계속 제기될 것 같다.
A. 경찰국가로의 회귀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과잉 수사와 인권 침해가 상시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크다. 구속을 수사 성과로 생각하는 관행과 수사편의주의 때문이다. 한진그룹 수사가 좋은 예다. 무리한 줄 알면서도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정진우·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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