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범 혀 깨문 주부에 1년 구형 "정당방위" "과잉"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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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안동=김영수 기자】귀가 길의 30대주부가 한밤중 골목길에서 20대 청년 2명에게 강간당하기 직전 범인의 혀를 깨물어 순결을 지켰으나 검찰이 과잉 방어란 이유로 구속기소, 징역1년을 구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10일 강제 추행하는 청년의 혀를 물어뜯은 주부 변모피고인 (35· 경북 영양군) 에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죄를 적용,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변씨는 지난 2월26일 오전1시쯤 동생 집에 갔다가 혼자 귀가 중 영양읍 서부동 외딴 골목길에서 신모 씨(2O·전과1범) 등 20대 청년2명에게 붙잡혀 가슴과 옆구리 등을 발로 차이고 바지를 벗기운 채 신씨가 강제로 혓바닥을 입 속으로 밀어 넣자 혀를 깨물어 혓바닥의 3분의1가량을 잘라버린 혐의다.
이때 변씨는 온몸에 전치2주의 상처를 입고 정신적 쇼크까지 겹쳐 병원에 입원했으나 범인들이 3일 후 변씨를 상해혐의로 고소, 변씨도 맞고소한 끝에 양측 모두 구속돼 범인들은 징역 5년·7년이 각각 구형됐다.
68년 결혼, 고3등 3형제를 두고 부부가 함께 식당을 경영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오던 남편 김모 씨 (40) 는 『주부가 정절을 지키기 위해 범인의 혀를 깨문 것이 큰 죄가 되느냐』며 강제로 욕을 당했거나 목숨을 잃었다면 어떻게 되었겠느냐고 아내의 무죄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강간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는데 혀를 잘라 불구자로 만든 것은 과잉방어라고 보고있다.
그러나 대법원판사를 지낸 김형기 변호사는 『여자가 정조를 지키기 위해 방어수단으로 사용한 만큼 정당방위로 인정해 주는 것이 판례』 라고 말하고 『가정파괴 범이 증가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주부를 구속기소까지 한 것은 검찰권 행사에 생각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24년 전인 64년 말 김해에서 2O대 미혼 남녀사이에 강제키스도중 혀가 잘린 사건에서는 남녀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가 확정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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