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문객 늘지만 딸이 간다면 막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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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체르노빌 원자로 재난은 사고였지만, 한편으론 예고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보브로 드미트리 게나디예비치(사진) 체르노빌 원전구역 담당국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소련 시절 부실 공사로 지어진 체르노빌 원자로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시인했다.

-체르노빌형 원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건설 과정에서부터 하자가 있었다. 원자로 공사를 졸속으로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현재 원자로 가동을 전면 중단한 지 5년이 됐다. 그러나 그 안에 핵연료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이를 속히 제거해야 한다. 그대로 놔두면 위험해진다. 빗물이 새어들어가 핵연료와 반응하면 폭발할 수도 있다."

-30km 금지구역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이 늘고 있다. 만약 당신 자식들이 가겠다면.

"아들은 상관없지만 가임 연령인 딸이 가겠다면 막겠다. 임신하면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를 언제 풀 것인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수시 출입을 허용할 만큼 안전하지 않다. 또 출입 금지구역 안에 버려진 각종 방사선 오염 장비를 반출해 불법 거래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도 통제가 필요하다."

-사고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보호 석관의 상태는 어떤가.

"석관 시설은 사고 뒤 6개월 만에 건설됐다. 현재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표면이 갈라지고 구멍이 생겼다.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

키예프=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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