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에 막힘 없는 "IOC 칼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국은 올림픽개최로 10년 이상의 발전을 한번에 이룬 듯 변화가 놀랍습니다』
IOC의 대변인으로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미셸·베르디에」씨 (34) 는 84년 이후 9차례나 한국을 방문했지만 그때마다 변화의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말한다.
외모는 고상한 기품이 흐르는 불란서의 전형적 미인이면서도 업무에 있어서는 누구 못지 않게 억척스럽고 철두철미하여 「IOC의 칼날」로 통한다.
IOC에 관한 한 공평한 취재접근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의 임무라고 설명한다.
과거 「모니크· 베를리유」여사 못지 않게 IOC내에서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소문.
그러나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나 화합으로 이루어내는 IOC의 일에 보람을 느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뿐』 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그레노블 외국어대학을 졸업한 후 12년 전 통역으로 IOC에 몸을 담은 후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언론아타셰를 거쳐 3년 전부터 대변인을 맡았다.
그는 영어·불어·독어·러시아어를 완벽하게 구사, 세계 어느 나라 기자들에게도 막힘 없이 IOC뉴스를 전해준다.
모스크바· 사라예보· LA올림픽을 지켜본 그는 『섣부른 비교· 평가는 위험하다』 고 전제하면서도 『여하튼 한국 올림픽시설은 단연 세계최고』 라고 거듭 강조한다.
「베르디에」 씨는 『서울올림픽을 통해 스포츠맨십과 우정을 나누고 모두가 한국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갖기 원한다』며 환히 웃는다.
미혼으로 프랑스의 가족들과 떨어져 스위스 로잔아파트에서 혼자 살고있다. 프랑스 모드」로 소개하는 의상의 멋이 뛰어나며 현재「유럽인 비즈니스맨」과 열애중이라고.

<한국인 남편 둔 불 언어학박사>
마틴·프로스트 <수영경기 불어 아나운서>
『한국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더군다나 남편의 나라인 한국에서 역사적 행사에 참여하게돼 무척 기쁩니다』
프랑스 파리7대학교 동양어학과 한국언어학 교수인 「마틴· 프로스트」여사 (36) .
이번 올림픽 수영경기본부의 불어아나운서로 활약하게된 그는 한국인이라 착각할 정도로 우리말과 글에 능숙하다.
현재 프랑스에서 테니스코치로 일하는 남편 이승근 씨도 테니스경기본부에서 통역을 맡아 부부가 함께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는 파리대학과 일본 동경 대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동양언어학으로 석사학위, 이어 『한국어와 일본어 비교』로 파리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때 서울대 (언어학과) 에서도 수학한바 있고 연세대불어 불문학과 교수로 4년간 재직하기도 했다.
『정신적 피곤은 육체적 운동을 통해서 말끔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육체적 건강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런 탓에 그는 사람에 따라 「공부」혹은 「운동」 만 고집하는 듯한 많은 한국인이 간혹 의아스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그 자신은 학문에 정진, 4개 국어를 연구하면서 수영코치자격을 갖고있으며 프랑스요가협회 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유도훈련을 받아 초단을 따낸 만능체육인.『생활 속에서 공부와 일과 스포츠를 범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앞으로 올림픽에서의 실적도 탁월해질 것』 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그는 연대 조교수시절 당시 테니스 코치였던 이씨와 테니스데이트를 즐기다 4년만에 결혼에 골인, 파리에 정착했다.
스스로 「미세스 리」라고 불러달라는 그는 이제는 한국생활에 익숙해져 조그만 불편도 없다고.
그는 자원봉사자와 운영요원들의 업무가 세분화돼있어서인지 부분만 알고 전체를 모른다거나 스포츠상식이 부족하고 언어가 달려 혼란이 자주 일고 있다고 지적한다. 택시운전기사들이 교대시간이라며 계속 승차를 거부할 때는 납득이 안 간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고혜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