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징후인가 … 법원경매 4년 만에 증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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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저금리 등을 틈타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법원 경매 물건이 올해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20일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이 전국 법원의 경매 사건 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4만1759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3만5183건)보다 18.7% 증가했다. 경매 접수 건수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10만 건을 넘어서다 2014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8만5764건으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선소 타격 울산·거제 매물 급증 #금리인상 땐 수도권도 영향 받을 듯

그러나 올해 1월 신청 건수는 8093건으로 지난해 1월(6661건)보다 21.5% 증가했다. 지난달엔 1만1540건이 접수돼 전년 동월(6562건)보다 76% 가까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충북의 1∼5월 경매 신청 건수가 2163건으로 전년 동기(1457건) 대비 48.5% 늘어나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조선업 침체로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울산도 1∼5월 경매 신청건수가 1264건으로 1년 전(886건)보다 42.7% 증가했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지방의 경우 조선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제·울산 등지에서 특히 경매 신청 건수가 급증했다”며 “경매 물건이 늘어난다는 것은 대출금 등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것들이 많다는 의미로, 경기 불황의 징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매 물건의 증가세는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의 1∼5월 경매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9%, 경기도는 7.9% 각각 증가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서울의 경매 접수 건수는 3446건으로 전년 동기(3589건) 대비 약 4% 줄었다.

서울의 경우 전국의 유동자금이 몰리는 곳인 데다 입주물량 증가나 지역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한 외부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또 저금리로 인한 상가 등 임대·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하반기 국내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데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의 규제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경매물건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대표는 “최근 실물경기 악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대출 규제로 돈 빌리가 힘들어지고 하반기에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까지 이뤄질 경우 수도권에서도 경매물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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