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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 벌려다 4배 손해 본 레버리지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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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레버리지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가열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선진국 중앙은행의 긴축 선언에 주요 주가지수가 추락하면서다.

세계 무역·금융 악재로 실적 악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20일 기준 레버리지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5.52%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펀드를 주제(테마)별로 나눠 수익률을 비교했더니 레버리지 펀드가 ‘꼴찌’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6.75%)의 2배,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3.99%)의 4배 안팎에 달하는 손실이다.

레버리지 펀드는 주가지수가 오르면 그 2~4배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2~4배 손실을 볼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고 미·중 무역 전쟁까지 고조되면서 레버리지 펀드 가입자의 손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더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레버리지 ETF까지 더한 레버리지 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은 최근 석 달간 -11.08%로, 역시 10%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이다.

문제는 올해 들어 투자자 사이 레버리지 펀드가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레버리지 펀드 설정액은 20일 기준 5조6952억원이다. 이 가운데 4분의 1이 넘는 1조4453억원이 올해 새로 유입됐다. 지난해 국내·외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올해 주가 추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컸던 탓이다. 올해 은행·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레버리지 상품 판촉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한 이유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버리지 펀드는 다른 펀드 상품과 비교해도 위험성이 높고 단기 매매에 적합한 상품으로, 보수적 투자자에겐 맞지 않은 펀드 상품이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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