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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잡아야 할 멕시코 … 문제는 오소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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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콜롬비아 출신인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가운데). 독특한 지도 방식에 상대 맞춤형 전술을 구사해 ‘천재 감독’ 으로 불린다. 지난 18일 독일과의 1차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오소리오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콜롬비아 출신인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가운데). 독특한 지도 방식에 상대 맞춤형 전술을 구사해 ‘천재 감독’ 으로 불린다. 지난 18일 독일과의 1차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오소리오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에 졌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한국 축구의 특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콜롬비아 출신 ‘천재’사령탑 #상대 따른 맞춤형 전술로 독일 잡아 #히딩크 만나 한국전 조언 듣기도 #발데라마 “멕시코 4강까지 갈 것”

18일 밤 열린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한국이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진 뒤 한 축구 팬이 포털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많은 축구 팬들은 19일 “한국대표팀은 아무런 특징도, 전략도 없는 무기력한 축구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24일 0시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와 2차전을 치른다.

한국-스웨덴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안정환 해설위원은 “정말 아쉽다. 가장 중요한 건 역습으로 전환할 때 앞으로 나가는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또 “ 2차전 상대인 멕시코는 첫 경기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독일을 꺾은 팀이다. 멕시코는 정말 빠르고, 좁은 공간에서 움직임이 좋다. 철저히 분석해서 역습할 건지, 맞받아칠지 준비해야 한다. 실력이 부족한 걸 인정하고 정신력으로 무장해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안정환 위원은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다. 월드컵에서 지면 팀이 진 거고, 감독이 진 것이고, 협회가 진 거고, 국민도 진 것이다. 그래서 이기기 위해서 모두가 합심하는 것”이라며 “어떻게 출전한 월드컵인가. 4년 뒤 월드컵에 다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축구는 1% 희망과 가능성이 있으면 도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7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웨덴과 1차전에서 0-1로 패한 한국은 16강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멕시코를 잡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하지만 멕시코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한국보다 한 수 위다. 특히 ‘천재 사령탑으로 불리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6·콜롬비아) 감독이 멕시코를 이끈다. 신태용(48) 한국 감독의 별명은 ‘여우’인데, ‘멕시코의 진짜 여우’를 만나게 됐다.

모스크바에서 직접 지켜 본 오소리오 감독은 수비를 탄탄하게 한 뒤 번개 같은 빠른 역습으로 독일을 무너뜨렸다. 그는 독일전을 마친 뒤 “6개월간 전략을 짰다”고 털어놨다. 박지성 해설위원은 “상대 맞춤형 전술을 쓰는 오소리오 감독은 한국을 맞아 독일전과 똑같은 전술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멕시코 미드필더 미겔 라윤(세비야)은 18일 러시아 모스크바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소리오 감독은 이미 한국전에 대비해 전술과 계획을 모두 짜놓은 상태다. 그는 항상 다른 길을 생각해내는 천재다. 한국과의 경기에도 최고의 전술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AP=연합뉴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AP=연합뉴스]

오소리오 감독은 1982년 데포르티보 페레이라(콜롬비아)에서 선수로 데뷔한 뒤 인터나시오날(브라질)에서 미드필더로 뛰었다. 하지만 1987년 온세 칼다스(콜롬비아)에서 부상을 당해 26세에 은퇴했다.

멕시코축구대표팀 오소리오 감독. [오소리오 SNS]

멕시코축구대표팀 오소리오 감독. [오소리오 SNS]

오소리오가 걸어온 지도자의 길은 만화처럼 특이하다. 그는 미국 서던 코네티컷 스테이트 대학에서 운동학을 전공했고, 리버풀 존 무어 대학에서 ‘사이언스와 풋볼’로 학위를 받았다. 오소리오는 또 축구 공부를 위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훈련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집을 빌리기도 했다. 당시 제라르 울리에 감독의 지도방식을 몰래 지켜보면서 지도자의 꿈을 키웠다. 수첩과 노트북에 전술을 빼곡히 적는다.

영국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A 라이센스를 취득한 오소리오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의 코치를 맡았다. 라이벌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오소리오는 또 마이클 조던이 뛰던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체계적인 훈련 방식을 본 뒤 축구에 적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오소리오는 2008년엔 미국 뉴욕 레드불스 감독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부터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의 3연속 우승을 이뤄냈다. 콜롬비아 출신인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를 거쳐 2015년 멕시코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이 1대0으로 앞선 가운데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이 1대0으로 앞선 가운데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별명은 ‘El Recreacionista’, 스페인어로 레크레이셔니스트다. 콜롬비아에서부터 레크레이션에 가까운 재미있는 훈련 방식을 체득했다. 일각에서는 훈련이 진지하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오소리오 감독은 지도 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오소리오 감독은 독일전이 끝난 뒤 자유롭게 족구로 몸을 풀게 했다.

멕시코 대표팀을 맡은 오소리오 감독은 2016년 코파아메리카 8강에서 칠레에 0-7로 참패를 당했다. 당시 경기마다 전술과 선수가 바뀐다며 경질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았고, 북중미 예선을 1위로 통과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을 물리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한국대표팀 경기에 코치를 파견해 전력 분석을 마쳤다. 또 직접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을 만나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콜롬비아 축구의 전설 카를로스 발데라마는 지난달 멕시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소리오 감독이 이끄는 멕시코는 6번째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멕시코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을 넘어 4강까지는 갈 것이란 뜻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오소리오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술이 멕시코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지만, 독일전에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학구파 전술 이론가 감독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한국과의 경기에는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6/20)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 일정(6/20)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출생: 1961년 6월 8일
국적: 콜롬비아
선수 경력: 1982~87년 온세 칼다스 등
(부상으로 26세에 은퇴)
학력: 미국 서던 코네티컷 스테이트 대학(운동학 전공)
리버풀 존 무어 대학(사이언스와 풋볼 학위)
지도자 경력: 미국 뉴욕 레드불스 우승(2008년)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 우승(2012~13년)
멕시코 대표팀 감독(2015년~)
별명: 레크레이셔니스트, 공부하는 팔색조 지도자

모스크바=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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