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바꾼 바이엘의 '스포츠 마케팅' 10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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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세계적 제약 업체 바이엘의 스포츠 마케팅 철학은 분명하다.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건 단지 회사 이름을 알리는 수단일 뿐 '건강을 지키는 기업' 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선 사회체육 지원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제약업체인 바이엘은 '풀뿌리 스포츠 마케팅'을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프로축구단 '바이엘 레버쿠젠'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일반인들이 하는 사회 체육에도 투자를 많이 한다. 바이엘은 지난해 핸드볼.배구.하키.승마.펜싱 등을 즐기는 일반 스포츠클럽 28곳에 170억원을 지원했다. 이들 스포츠 클럽 회원은 5만3000여 명이다. 이와 별도로 어린이 축구회에도 지난해 약 40억원을 줬다. 독일 기업 중 스포츠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회사다.

바이엘의 체육 활동 지원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1902년 직원들이 축구 동호회를 만들어 회사에 유니폼 구입비 등 각종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것이 바이엘이 스포츠 마케팅에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됐다. 1900년대 초반 레버쿠젠은 소도시였다. 대부분 시민이 바이엘 직원이 아니면 협력업체 직원과 그 가족이었다. 직원의 건강 증진 활동을 도와주면서 지역 스포츠 활동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취미로 하는 스포츠 활동이지만, 어려서부터 하는 데다가 전문 코치들이 가르쳐 경기력 수준은 높은 편이다. 펜싱 등에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나왔을 정도다.

바이엘 본사가 있는 레버쿠젠에서 만난 마이놀프 스프링크(사진) 바이엘 그룹 스포츠담당 총괄 이사는 "100년 넘게 사회 체육을 지원해 건강을 지키는 제약사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었다"고 말했다. 유명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거나 후원하면 유니폼에 박힌 회사 이름과 로고가 신문이나 TV에 비춰지지만 이는 단지 이름을 알리는 것일 뿐, '건강을 지키는 기업'이란 이미지는 꾸준히 사회 체육 지원에 공을 들여야 구축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스포츠 클럽에 대한 지원을 하면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한다. 각 클럽은 코치는 물론 행정 요원 등을 두고 있다.

바이엘은 장애인들의 체육 활동에도 많이 투자한다. 바이엘이 지원하는 28개 스포츠 클럽에서 350여 명의 장애인이 건강을 다지고 있다. 바이엘의 도움으로 실력을 쌓은 장애인 선수들은 지금까지 장애인 올림픽(패럴림픽)에서 모두 47개의 메달을 땄다. 바이엘의 휠체어 배구단은 특히 유명하다. 이 팀은 지금까지 14차례 독일내 장애인 배구대회를 석권했고, 유럽 선수권도 세 차례 차지했다. 바이엘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바이엘 레버쿠젠은 차범근 현 수원삼성 축구 감독이 1983~89년 선수로 뛰었던 구단이다. 이 회사의 한국 법인인 바이엘코리아도 2000년부터 초.중생들의 방과후 축구 클럽 활동인 '차범근 축구교실'을 후원하는 등 한국에서 풀뿌리 스포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달 초에는 차범근 축구교실 멤버 중 실력이 좋은 초등학교 6년생 12명을 독일로 보냈다. 바이엘 본사도 보여주고, 분데스리가 축구 경기도 보도록 했다. 현지 학교 어린이 들과 4대 4 미니 축구 친선 게임도 했다. 바이엘 레버쿠젠의 전용구장인 바이어 아레나는 올해 월드컵에 출전하는 태극 전사들의 전용 훈련장으로 활용된다. 스프링크 이사는 "한국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레버쿠젠=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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