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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니혼TV 사회자, 아베에게 직격탄 “그만둘 생각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16일 아베 신조 총리(왼쪽)가 니혼TV ‘웨이크 업’에 나와 사회자 신보 지로와 대화하고 있다. [니혼TV 캡처]

16일 아베 신조 총리(왼쪽)가 니혼TV ‘웨이크 업’에 나와 사회자 신보 지로와 대화하고 있다. [니혼TV 캡처]

“아베 내각을 얼마나 믿냐구요. 0%입니다. 모리토모(森友)·가케(加計)학원 스캔들에 대응하는 걸 보니 도저히 신용할 수 없어요.”(40대 후반 여성)

아베 내각과 가까운 언론이지만 #학원스캔들 등 불리한 질문 공세 #아베, 상식 이하의 짜증은 안 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겸 재무상)도 이쯤되면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책임지지 않는 거죠.”(60대 남성)

16일 니혼TV의 아침 프로그램 ‘웨이크 업’ 생방송에 출연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의 표정은 점점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면전에 이런 혹독한 평가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를 화상으로 연결한 특집 생방송 인터뷰에서 사회를 맡은 언론인 신보 지로(辛坊 治郎)는 “거리의 여론을 아베 총리에게 전하겠다”며 길거리에서 취재한 내용을 틀었다.

개중엔 아베 총리에 우호적인 내용도 일부 있었지만, “도저히 못믿겠다”는 거친 불만도 여과없이 전해졌다.

사회자는 30%초반대까지 곤두박질했던 아베 내각 지지율 도표를 보여주며 “거리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으셨느냐”고 아베 총리에게 물었다.

상기된 얼굴의 아베 총리는 “정치는 신뢰가 중요한 만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사학재단이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 관여 의혹이 불거졌고, 이후 재무성 관료들이 관련 문서를 조작한 사실까지 들통났던 모리토모 스캔들이 도마에 올랐다.

사회자=“아키에 여사가 (모리토모 사학재단이 헐값에 사들인 국유지에 지으려 했던)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이었던 걸 처음엔 진짜로 몰랐나.”

아베=“얼마 후엔 들은 것 같은 기억은 있다. 본인은 몇 번이고 거절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명예교장으로)소개가 돼 결국 맡기로 했다고….”

사회자=“현장의 공무원들로선 당연히 이 문제를 총리의 관심사로 생각할텐데 너무 경솔했던 것 아니냐”

아베=“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사회자=“총리의 권력이라는 건 일본의 정점에 있다. 관료들은 당연히 총리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 그런 걸 피부로 못 느끼셨나.”

아베=“(쓴 웃음 지으며)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건 총리가 말한 것이니까’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사회자는 심지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됐으면 책임을 지고 그만두는게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느냐”고 직격탄을 날렸고, 아베 총리는 “아직 해야할 일이 많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니혼TV는 요미우리 신문 그룹이 대주주인 지상파 민영 방송국이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신문은 아베 내각과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생방송의 주제는 절반 이상이 북·미 정상회담과 납치 문제 등 외교·안보 현안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아베 총리가 답변하기 곤란한 국내 정치 스캔들도 이처럼 비중있게 다뤄졌다.

“외교 리더십을 부각해 국내 정치에서 잃은 점수를 만회한다”는 게 아베 총리의 대표적 전략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에게 우호적인 방송사라도 아베 총리가 원하는 대로 질질 끌려가는 일은 없다. 국내문제를 눙치고 ‘깡통 인터뷰’를 하는 일도 없다. 5년 6개월동안 굳건하게 이어져왔고, 역대 최장 집권까지 넘본다는 ‘아베 1강 천하’인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아베 총리가 상식 이하의 방식으로 짜증을 내진 않는다.

불리한 질문이라며 생중계 인터뷰 도중 방송 장비를 떼낸 광역 단체장 당선인의 언행이 논란을 낳고 있는 한국 정치와 대비된다.

정치의 추가 아무리 일방적으로 기울었고, 누구를 내세워도 한쪽 편이 이기는 세상이라지만, 기본은 지켜져야 한다. 정치인이 넘지 않아야 하는 선도, 언론이 포기해선 안되는 선도 그대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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