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독도 박사' 김현정 "독도, 말로만 지킬건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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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홍보대행사의 디자인 팀장을 지내는 등 10년 경력의 베테랑 웹디자이너 김현정(32.여.사진)씨. 그는 2000년 8월 15일부터 6년 가까이 '사이버독도닷컴(www.cybertokdo.com)'을 운영중이다. 주변에서 '독도 박사'로 통한다.

사이버 독도닷컴 운영자 김현정

"세종실록지리지 50쪽 셋쨋줄에는 '울릉도 성인봉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맑은 날에만 보이는 섬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책의 기록에만 의존해서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김씨는 1999년 미국 CNN방송이 한.일 월드컵 관련 보도를 하면서 동해를 'Sea of Japan'이라 표기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때부터 독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외국사람들이 독도를 일본땅으로 여기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독도를 알리기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전까지는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거론하면 '또 시작이군'하고 무심히 지나쳐 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이후 1년 넘게 도서관과 독도박물관을 뒤졌다. 각종 독도 관련 토론회에도 참석하며 자료를 모았고 결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독도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홈페이지에는 독도의 자연환경부터 경제적 가치 등 자세한 정보를 담았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이미지 중심으로 꾸몄다. 최근 독도의 형상을 담은 3차원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도 추가했다.

평소 300명 수준인 홈페이지 방문객은 독도 문제가 터지면서 하루 5000명을 넘는다. 그러나 그에게 이런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냄비근성' 때문이다."독도 관련 토론회 등을 가면 차분한 논의 없이 흥분한 참석자들이 핏대를 세우기 바쁘다"며 "젊은 층은 거의 없어 평소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같다"고 아쉬워했다. 사안이 터졌을 때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외국인이 '왜 독도가 한국땅인가' 하고 물었을 때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구호만 외치거나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는 독도를 지킬 수 없다"는 김씨는 "모두가 평소 독도에 조금씩 관심을 가진다면 일본의 도발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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