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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위 움직이는 20대 요원들|"올림픽성공은 우리어깨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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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올림픽에 관한 한「힘과 패기」는 경기자체에만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준비가 마무리된 경기운영·안전·기술분야 등 도처에 활력이 엿보인다. 이 활력은 곧 섬세함이 가미된 동력이다. 서울대회 성공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이 활기는 다름 아닌 여성과 청년층의 눈부신 활약에서 비롯된다. 이들 젊음과 여성의 상호보완적 활약은 서울대회 운영요원 4만8천2백여 명의 54%인 자원봉사 요원의 구성비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SLOOC 인력국에 따르면 총2만6천30명의 자원봉사자 중 25세 이하의 젊은 층이 무려 58%인 1만7천6백99명에 이르고 있으며 여성은 전체봉사자의 53%인 1만3천7백95명이나 된다. 여성의 경우 25세 이하가 전체의 61%를 차지, 젊은 여성의 대회운영 참여가 특히 현저하다.
이들 여성들과 젊은 봉사요원들은 VIP영접, 통·번역 등 대회운영의 중추적 업무에서 단순 심부름 등 허드렛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9개 부문에서 자신들의 봉사가 대회성공의 밑거름이 되도록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SLOOC의 오성환 인력과장은『이는 지난 86아시안게임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며 올림픽 운영 자체에 젊음과 여성파워가 지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신선한 반증』이라고 설명한다.
또 최고령 자원봉사자인 유준상 옹(77)은『젊은이들의 활기찬 자원봉사와 능력발화가 없다면 서울대회의 성공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며 젊음의 역할이 대회성공의 근간임을 힘주어 말한다.
여성의 활약은 그들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안전분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SLOOC 안전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대회안전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요원은 약2천여 명 선.
「최선의 친절」,「최대의 협조」,「최상의 안전」이라는 기치와 부합되는 만점안전을 목표로 하는 대회안전 통제본부에서 여성요원들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다.
약 2백여 명에 달하는 여군 요원들이 선수촌 출입문에서 벌이는 검문·검색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어떤 불순분자도 판별해 내는 예리함과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
또 5백여 명에 이르는 여경의 공항 및 각 경기장에서의 검문·검색은 상대적으로 딱딱한 분위기를 갖게 하는 남자요원들의 업무수행과 대외 이미지 면에서 비교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1천2백여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요원들과 협력, 안전활동을 하는 이들 여경·여군들은 거의 대부분이 최소한 1개국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엘리트요원들이다.
김포공항 영접본부내의 안전담당요원 21명중 12명이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에서도 여성의 안전부문에서의 역할이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기술부문에서의 젊음과 여성의 활약도 놀랄만하다.
WINS(대회정보서비스), GIONS(경기정보시스템)등 대회핵심기술 부문에 관계한 KAIST (한국과학기술원). 데이콤 등 유관업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2백여 명의 전문 올림픽기술 인들의 60%정도가 30대 전반 이하의 젊은 층들이다.
WINS의 선수정보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한 최윤정양은 올해 24세의 맹렬 기술요원.
데이콤에서 40명 안팎의 전문올림픽 기술요원중의 한 사람인 최 양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문학도였다. 그러나 올림픽에서『여성이기 이전에 한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찾던 중 이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 WINS의 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GIONS의 호스트시스템(외부시스템과의 접속을 관장하는 시스템) 프로그램을 개발한
KAIST의 조일순씨(30)역시 자신의 올림픽 기술부문의 공헌이 여성이라기보다는 한 젊은 전산학도의 당연한 역할수행으로 이해되길 바란다.
대회기간 중 전산운영에 종사할 3천69명의 요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1천5백여 명이 20대의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에서도 대회운영상의 여성활약이 자명해진다.
원활한 대회운영의 핵이라 할 수 있는 통·번역 업무에 종사하는 5천7백25명 중 20대의 젊은 요원이 75%에 해당하는 4천3백여 명에 이르며 여성은 전체의 50%인 2천9백여 명을 웃돌아 인력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생각돼온 경기심판에까지 30명의여성이 등장, 올림픽 운영은 모름지기 남성일변도의 모습이 아닌 남녀균형의 조화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체 5백27명의 심판 중 약6%에 불과한 이들 여성심판들은 체조·수영·하키·육상·탁구·태권도 등에서 여성 특유의 정치성을 살려 공정한 경기운영에 귀중한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7만여 명의 올림픽가족이 입을 유니폼 제작실무에 참여한 강희경씨(24·이대대학원 장식미술과)는『한국특유의 멋과 정취를 살릴 수 있는 색깔과 디자인 창출이 가장 어려웠다』며 자신의 정성이 깃 든 대형작업의 결실이 세계인의 눈을 통해 맺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의무분야에 약4백 명, 행정부문에 7백여 명, 사무지원부문에 1천5백여 명, 일반서비스부문에 1만여 명의 여성들이 바쁜 올림픽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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