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올림픽경기 종목별 가이드(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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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류가 지구상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스포츠가 바로 육상이다.
먹이를 사냥하고 적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달리고, 뛰어넘고, 던지는 동작」 이 필수 불가결했기 때문이다.
근대올림픽의 원형인 고대올림픽이 달리기 한가지만으로 시작된 것이나 근대올림픽이
「보다 빠르게 (Citus) ,보다 높게(Altius), 보다 힘차게(Fortius)를 모토로 채택한 것도 육상이 스포츠에서 갖는 비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며 올림픽의 기원인 동시에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스포츠의 꽃」으로 올림픽에서도 각 경기종목 중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육상은 유구한 역사에다 세부종목이 가장 많아 숱한 스타들을 배출시켜 왔다.
근대올림픽의 시작인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에서 마라톤의 월계관을 차지한 그리스의 양치기「스피리돈·루이스」를 비롯해, 결승점을 불과 30m 남기고 쓰러진 비극의 마라토너 「도란도·피에트리니」그리고 맨발로 마라톤 2연패(60년 로마 및 64년 동경)를 이룩한「비킬라·아베베」와 40세의 나이로 세계최고 기록을 수립한 포르투갈의 영웅「카를로스·로페스」(84년LA우승), 올림픽사상 첫4관 왕의 위업을 이룩한「제시·오언스」(36년 베를린)와 1백m에서 처음으로 10초벽을 깨뜨린「짐·하이스」(68년 멕시코), 중장거리에서 전설적인 업적을 기록한「파보·누루미」(24년 파리),「에밀·자토벡」(52년 헬싱키)등이 모두 과거 올림픽을 화려하게 장식한 주인공들이다.
또 이번 서울올림픽에서도 육상에서 많은 슈퍼스타들이 잠실벌을 수놓을 것 같다.
우선 서울올림픽 2백37개 세부 종목 중 하이라이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남자1백m의 「벤·존슨」과「칼·루이스」를 비롯해 33세의 노장「에드윈·모제스」(허들), 모로코의 영웅「사위트·아위타」(8백m·1천5백m), 불운의 여자중거리스타「메리·데커」(3천m)와 노르웨이가 배출한 철의 여인「잉그리드·크리스티안센」(1만m), 소련육상의 얼굴 격인「세르게이·붑카」(봉고도)와「파클린」(높이뛰기), 동독의 마녀 스프린터 트리오「글라디슈」 「드렉슬러」「괴르」등 거물급 스타만도 무려 60여명에 이르고 있다.

<혼성 경기>
혼성경기란 한 선수가 트랙과 필드종목을 한꺼번에 펼쳐 종합득점으로 패권을 가리는 경기로 남자는 이틀동안 10개 종목을, 여자는 7개 종목을 각각 치르게 된다.
철인경기로 불리는 이 혼성경기는 남자의 경우1백m·멀리뛰기·투포환·높이뛰기 및 4백m순서로 첫날경기를 마친 뒤 이튿날 1백10m허들·높이뛰기·장대높이뛰기·창던지기 및 1천5백m 등을 치른다.
혼성경기에서는 남자부에서 모스크바·LA에 이어 3연패를 노리는 영국의「데일리·톰슨」이 가장 주목의 스타.

<도로경기>
도로경기의 진수는 마라톤이며 이번 올림픽의 경우 여자는 육상경기 첫날인 9월 23일 오전 9시30분 잠실 주 경기장을 출발, 한강변을 왕복하는 코스에서 벌어지며 남자는 대회 폐막일(10월 2일)에 최종 경기로 대단원을 끝내게 된다.
마라톤은 기본적으로 코스를 이탈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자력으로 완주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이 따른다. 따라서 공식코스를 벗어나 지름길을 택하는 행위나 경기도중 근육에 쥐가 나거나 쓰러졌다 하더라도 본인 아닌 코치·감독 등의 도움을 받으면 실격 처리된다.
서울올림픽의 월계관을 노리는 세계적 마라토너로는 남자부에 일본의「나카야마」(중산)를 비롯해, 월드컵 2연패의「아메드·살라」(지부티), 탄자니아의 검은 별「주마·이캉가」 등이며, 여자는 포르투갈의「로자·모타」와 동독의「카타라·로레」, 소련의「조야·이바노바」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엔 "두터운 벽"|멀리뛰기 등 4개 종목 결선진출 목표>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육상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육상은 서울 아시안게임 때는 예상을 뒤엎고 7개의 금메달을 획득, 중국·일본과 함께 당당히 3강권을 형성했다. 그러나 아시아 수준이 세계 무대에서 크게 열세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육상은 서울올림픽에서는 전 종목에서 하위권을 면키 어렵게 됐다.
한국육상이 메달 권은 물론 입선 권을 넘보기에도 세계의 벽이 워낙 두텁다.
이에 따라 한국육상은 여자마라톤에서 김미경(한전) 이미옥(산업기지) 콤비에 유일하게 동메달의 기대를 걸고있으며 남자 2백m와 투창 및 멀리뛰기 등 일부종목에서의 결선진출을 최대목표로 삼고 있다.
여자마라톤의 경우 한국랭킹 1위인 김미경이 올림픽코스에서 한국 최고기록인 2시간32분40초를 마크한 점과 최근 컨디션과 기량이 지난해 보다 훨씬 향상된 점을 들어 이미옥과 콤비만 잘 맞춘다면 27분대 진입도 가능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여자마라톤 세계최고기록 보유자인「크리스티안센」이 마라톤출전을 포기하고 1만m·3천m에 출전하고 있으며 금메달이 유력시 되고있는 포르투갈의「로자·모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출전선수들이 서울코스에서 뛰어본 적이 없는 점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시아의 최고 스프린터인 장재근(한전)도 지난 2개월간의 미국전지 훈련에서 자신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되어온 스타트 부진을 교정, 현재 상승세를 타고있어 잘하면 결선진출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또 LA올림픽 남자멀리뛰기에서 한국육상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김종일(동아대학원)과 남자투창의 이욱종도 최근 올림픽기준을 모두 통과하는 기량의 성장을 거듭, 자신의 최고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결선진출도 어렵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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