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 수로 문제 '수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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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년전쟁을 결산하는 이란·이라크간 제네바 평화회담이 개회벽두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처음부터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난관은 국경선 확정문제다. 이라크는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유프라테스·티그리스 두 강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두 강이 합치는 곳에서 페르시아만까지 이르는약2백k의 샤트 알 아랍수로는 이라크가 페르시아만으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로 지리적으로 극히 중요하다.
이 수로가 중요한 것은 이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란의 항구도시 호람샤르가 이곳에 위치,일찍부터 경제적 요충이 돼왔다.
원래 이란·이라크의 국경은 샤트 알 아랍수로의 이란측 강안이였고 수로 자체의 영유권은 이라크에 있었다. 그러나 지난 75년 국내 쿠르드족 게릴라 문체로 골치를 앓던 이라크가 이란이 쿠르드족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당시 이란 「팔레비」왕과 알지에협정을 체결, 국경선을 수로 중앙선으로 정하는데 동의했다.
이라크는 지난80년 9월17일 이란이 혁명후 혼란의 와중에 있음을 틈타 일방적으로 알지에협정의 파기를 선언, 5일후 테헤란을 공습한데 이어 지상군을 이란 영내로 투입, 이란·이라크전쟁의 막을 열었다.
그런데 이란이 지난달 17일 유엔안보리의 정전결의안 598호를 받아들임으로써 평화협상이 시작된 이상 이론상 국경선문제는 안보리 결의안에 규정된 「국제적으로 승인된 국경선」즉, 알지에협정에서 정해진 국경으로 낙착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라크가 받아들일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와함께 국경선이 애매한 북부산악지대, 그리고 페르시아만의 몇몇섬의 영유권귀속문제도 쉽지않은 문제들이다.
국경선 다음으로 어려운 문제는 전쟁책임규명문제. 우선 개전이 언제부터냐에 대해서도 양즉 주장이 엇갈린다.
이란은 이라크군이 이란영토를 침범한 80년9월22일을 주장하고 있음에 반해 이라크는 같은해 9월4일 이란군이 이라크에 대해 포격한 날을 개전일로 잡고 있다. 현재 국제여론은 이라크가 먼저 전쟁을 일으킨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개전일에 대한 이같은 불일치는 바로 전쟁도발 책임소재문제로 연결되며 이는 곧바로 전쟁피해 배상문제로 이어진다.
안보리결의안에는 「중립적기관」에 의한 전쟁도발책임조사가 포함돼 있으며 유엔은 앞으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조사를 일임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라크는 지난달17일 이란의 유엔정전결의안 수락발표직후 「후세인」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유엔의 전쟁책임조사는 내정간섭이라고 비난, 이라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한 유엔의 조사를 거부할 것임을 밝혔다.
다음으로 포로교환문제. 금년초 국제적십자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라크군 포로 5만명에 대해 이란군 포로는 1만3천명으로 숫적으로 큰 차가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는 지난번이란의 정전안수락발표 직후 대대적인 「포로생포작전」을 전개, 1만2천명의 이란군 포로를 추가함으로써 현재 2대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포로교환에서 이란은 당연히 등수교환을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이라크는 일괄교환을 주장하고 있다. 이란은 포로교환에서 숫적 우세로 이라크로부터 더큰 양보를 받아낼 속셈이다.
이와함께 양국 국민들로부터의 압력도 회담진행을 어렵게 하는 문제다. 1백만명에 가까운 전사자들의 유가족들은 물론 그동안 전쟁에 희생당한 국민들은 협상결과가 나쁠 경우 『왜 싸웠는가?』 하는 자연스런 의문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은 평화회담에서 서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위해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으며 필연적으로 회담은 앞으로 숱한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정자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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