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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9시 뉴스 시청률 추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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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상파 방송사 뉴스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KBS와 MBC의 메인 뉴스 시청률은 20~30%선이었다. 뉴스는 드라마 못지않은 인기 장르였다. 그러나 올 1~3월 MBC '뉴스데스크'의 평균 시청률은 한자릿수(9.4%)로 집계됐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

이 같은 흐름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표된 미국 저널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메인 뉴스 시청률은 20년 사이 반 토막 나다시피 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속보성과 케이블의 전문성, 신문의 심층성에 밀려 TV 뉴스가 경쟁력을 잃어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 젊은층이 외면=언론에 보도된 88년 12월 15일의 KBS.MBC 9시 뉴스 시청률은 각각 27%와 33.3%. 이들 뉴스의 99년 평균 시청률은 21~22%선이었다. 이에 비해 올 1~3월 지상파 3사의 메인 뉴스 시청률은 KBS 17%, MBC 9.4, SBS 10.2%였다. 또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방송진흥원)의 '시청률 분석 백서'에 따르면 전체 뉴스 시청률은 매년 떨어져 2004년엔 3%에 그쳤다. 시청자들에게 선호 장르를 물어봤더니 뉴스는 10~40대 어느 연령대에서도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서울대 강남준(언론정보학) 교수는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이 TV 뉴스를 멀리하기 시작한 게 시청률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다른 학자들도 지상파가 인터넷에 밀리고 있다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한다. 포맷이 비슷한데 속보성에서 떨어진다는 논리다.

◆ 화려하지만 깊이 없어=방송진흥원의 도움을 얻어 영국 BBC, 일본 NHK와 한국 지상파 뉴스를 비교해 봤더니 실제 한국 방송은 주요 뉴스를 신속하게 보도하는 측면이 강했다. 반면 외국 방송은 주요 아이템을 심층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KBS는 메인 뉴스에서 기사 한 건당 1분25초, MBC는 1분31초를 보도했다. 반면 BBC는 평균 1분56초, NHK는 2분19초였다(2004년 방송분). 같은 시간일 경우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큰 차이가 난다. 2006년의 경우 KBS.MBC는 1분33초 내외를 할애했다.

방송된 평균 인터뷰 시간도 KBS 8.5초, MBC 9초였다. 하지만 NHK는 25.3초에 달했다. 시간이 짧다는 건 발언자의 의도가 충실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와 통한다. 스트레이트(사실) 보도와 심층 보도의 비율도 차이가 났다. 심층 보도 비율은 MBC 9%, BBC 68.9%였다. 반면 한국 방송의 영상과 그래픽 사용은 BBC.NHK에 비해 세 배 정도 많았다. 겉은 화려하지만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 진부함이 유머 소재 되기도="운동장에 널브러져 있는 운동화 한 짝만이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두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엄숙한 표정으로 이 말을 읊어대는 그는 기자가 아니다. KBS '개그콘서트'의 개그우먼 강유미다. 그는 방송 뉴스의 '진부함'을 유머의 소재로 삼아 인기를 얻었다. MBC는 지난달 '젊은 앵커와의 만남'이란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청자들은 "방송사 뉴스가 비슷비슷해 뉴스를 꺼버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 미국도 지상파 뉴스의 위기=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인 ABC.NBC.CBS. 이들의 메인 뉴스 시청률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80년과 2005년을 비교할 때 시청자 수는 48%나 감소했다. 5200만 명에서 2700만 명으로 준 것이다. 시청층도 고령화돼 평균 시청자 나이가 60세에 달할 정도다.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NBC는 간판 진행자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직접 블로그를 운영할 정도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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