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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같은 김정은 숙박 호텔 ....北 경호원은 암호같은 눈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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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적인 담판으로 불리는 북ㆍ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는 11일 곳곳에서 교통을 통제하거나 검문을 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또 북한 대표단 중 미국과 실무협상을 하는 담당자 등의 외출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는 등 분주했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에서 경찰이 순찰을 하고 힜다. [사진 뉴스1]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에서 경찰이 순찰을 하고 힜다. [사진 뉴스1]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 9시 30분(이하 현지시간)쯤 최강일 외무성 미국 국장 대리와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과장(실장)을 대동하고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나섰다. 이들은 리츠칼튼 호텔에서 성 김 주필리핀 대사 등 미국 측과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한 실무협의를 한 뒤 12시 10분쯤 돌아왔다. 김창선 당 서기실장(국무위 부장)도 이날 오후 12시 55분쯤 호텔 로비에서 목격됐다. 호텔 주변에선 “12일 회담이 열리는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최종 점검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오후 3시쯤에는 최 부상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해 경호원 30여명을 태운 버스가 카펠라 호텔로 향했다. 이들이 현지에서 뭘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북한 경호원들이 버스를 타고 회담장이 있는 센토사섬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뉴스1]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북한 경호원들이 버스를 타고 회담장이 있는 센토사섬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앞서 김영철ㆍ이수용 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호텔 1층 식당에서 부페로 식사를 했다. 김영철은 에그 스크램블 등을 먹었고, 최 부상은 종업원에게 여러 잔의 커피를 주문해 먹었다.

미국도 막바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낮 3개의 트윗을 올렸다. 오전 9시49분 첫 트윗에서 그는 “우리(미국)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썼다. 북한과의 실무협의를 이끄는 성 김 주필리핀 미 대사와 함께 아침 식사 중인 사진도 곁들였다. 비핵화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듯했던 미국이 회담 하루 전날 다시 CVID가 확고한 목표라고 재확인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위터로 김 대사와 최 부상의 실무협의를 생중계하다시피 북한을 압박했다. 그는 오전 10시34분, 오후 12시 30분 각각 트윗을 통해 “오늘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만나고 있다”, “북한과 실질적이고 상세한 협의를 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근거리에서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심리전을 벌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셴룽 총리와 점심을 끝낼 무렵 백악관은 폼페이오 장관 명의의 성명을 기자단에 배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성명은 “대통령은 내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잘 준비돼 있고, 미국의 입장은 언제나 명확했고 변한 적이 없다”며 끝났다. 명시하지 않았지만 앞선 트윗 내용으로 미뤄볼 때 그가 언급한 ‘미국의 입장’은 CVID로 해석할 수 있다.

양측 대표단이 체류하는 숙소 주변은 군부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차단과 통제가 심했다. 이날 오전 김 대사와 실무협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최 부상이 탑승한 차량도 호텔 입구에서 검문을 받은 뒤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호텔 투숙객은 출입문에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한 뒤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검색 과정은 김 위원장의 경호원(974부대원)들이 옆에서 꼼꼼히 지켜봤다.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른 머리 스타일에 검은색 정장을 한 북한 경호원들은 한쪽 귀에 이어폰을 낀 채 호텔 출입구는 물론이고 엘리베이터 앞, 2층 난간 등을 수시로 오가며 주변을 경계했다. 김창선 당서기실장(국무위 부장)이나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간부들이 외출 후 복귀할 땐 이들을 따라가며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했다.

이들은 일체의 사진촬영을 허용치 않도록 호텔에 요구했고, 주변 사람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지 못하도록 강요했다. 자기들끼리 말을 할 때 옆에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하거나, 암호화된 것으로 느껴지는 눈짓과 손짓으로 의사소통했다. 그러나 오후 1시30분( 호텔 로비의 프론트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건장한 북한 관계자가 한국인 호텔 직원을 향해 “밥곽!”“밥곽!”을 외친 것이다. 밥곽은 ‘도시락’를 지칭하는 북한 말인데 도시락을 주문하려는 상황에서 여성 직원이 알아듣지 못하자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아 도시락?”이라고 하자 사내는 “밥곽 두개를 하는데 빵, 빠다(버터), 냉주스(아이스주스)로...만들어 놓으면 가져가겠다”고 했다.

삼엄한 경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체류 중인 샹그릴라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텔 별관(밸리윙)에 묵고 있어 호텔 본관까지는 접근이 가능했다. 샹그릴라 호텔 관계자는 “밸리윙에는 허가받은 직원이외에는접근이 안된다”고 전했다. 회담이 열리는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의 경비는 더욱 삼엄해 취재진의 접근이 어려웠다. 회담장 주변과 도로, 호텔 등의 경비에는 ‘세계 최강의 용병’으로 이름난 네팔 구르카 족이 투입됐다는 소문도 있다. 호텔에는 북한 경호원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원들도 배치돼 24시간 특별경계중이다.
싱가포르=정용수·유지혜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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