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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내외국선 일제히 축하 뱃고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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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수백척 해상축제 벌여>
28일 오후 부산에 올림픽성화가 도착, 29일 오전 11시10분 경남에 인계될 때까지 부산시내에서는 해상축하 퍼레이드·동래지신밟기·동래학춤·수영야유 등 부산이 자랑하는 민속놀이가 펼쳐져 전시가지가 흥겨운 축제분위기.
28일 오후 7시20분쯤 부산항 앞 바다에 성화봉송선 올림피아88호(9천9백95t)가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50여분동안 진행된 해상축하·퍼레이드는 우리 나라 최대의 항구도시인 부산에서만 연출할 수 있었던 경축행사.
성화봉송선이 하얀 선채를 부산항 바깥쪽에 드러내자 항내에 정박 중이던 수백척의 크고 작은 내·외국선박들이 일제히 오륜기와 호돌이기 등 경축기를 게양하고 선 내의 모든 전등을 켠 뒤 경적을 울리는 것으로 해상 축하행사를 시작.

<축하 묘기비해 펼쳐>
제주항을 출발, 3백9㎞의 바닷길을 달려온 성화봉송선 올림피아88호가 힘찬 고동을 울리며 28일 오후 8시 부산항에 모습을 나타내자 부산의 하늘과 바다와 땅은 온통 축제분위기.
공중에서 대기하고있던 경찰헬기 2대가 오색연막탄을 발사하며 봉송선을 유도했고, 공군의 「T39」기 5대가 종횡무진 창공을 누비며 축하비행의 묘기를 연출.
부산항 곳곳에서 쏘아 올린 1천여발의 환영폭죽이 어둠이 내린 하늘을 현란하게 수놓은 가운데 2천여 환영객들은 태극기와 오륜기를 흔들며 한반도의 육지에 처음으로 안착한 「하늘의 불」 성화를 맞이했다.

<군견동원 안전점검>
올림픽조직위측은 성화해상봉송의 안전을 위해 올림피아호 출발직전 4마리의 군견(견)을 동원, 선내 곳곳을 뒤지며 폭발물 등을 탐지했으며 안전요원 59명, 특공대 6명 등을 선상에 배치, 만약의 사태에 대비.
그러나 조직위측은 성화봉송취재를 위해 제주에 도착한 내외신기자들에게 올림피아호 출항 직전에야 비표를 배부하는 바람에 일부 내외신기자들은 미처 비표를 얻지 못해 발을 굴렀으며, 선실 내에서는 안내요원· 안내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외신기자들이 각종 행사장을 찾느라 우왕좌왕하기도.

<미 오륜연구가 동승>
성화봉송선 올림피아88호에는 지난 20년 동안 올림픽만을 연구해온 문화인류학자 「존· 매컬룬」 교수(45·미국시카고대)가 승선, 주위의 눈길.
멕시코대회 이래 5개 올림픽을 모두 돌아보았다는 「매컬룬」 교수는 『4년마다 팬츠만 입은 젊은이들이 운동장을 달린다. 그 단순하다면 단순한 행위가 세계를 열광시키고 인류평화에 공헌한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를 필생의 주제로 걸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프랑스의 「레비·스트로스」와 상징인류학의 쌍벽을 이뤘던 고 「빅터· 터너」 박사의 수재자이기도 한 그는 『올림픽이란 난장과 경기장·극장·시장· 교회· 정치무대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일종의 전체이자 완성체』 라며 즉석에서 올림픽에 대한 견해를 피력.

<비상불씨로 재점화>
제주국제공항을 출발, 김상민군(12)과 이재희양(11) 에 의해 제2주자 가기다리고 있는 신제주 7호 광장을 향해 달려가던 성화는 공항 출발 10여분만인 27일 낮12시6분쯤 목표지점 2백여m를 남겨둔 채 갑자기 꺼져버려 대회관계자들이 크게 긴장.
김군과 이양은 성화가 꺼진 사실을 모르는 채 20여m를 달려가다 뒤늦게 예비성화의 불씨를 이용, 성화에 다시 불을 붙였는데 성화봉을 제작한 한국화약관계자들은 『성화봉에 7분짜리 연료를 넣었는데 취재진들 때문에 길이 막혀 4분 이상 지체되는 바람에 불이 꺼졌다』며 엉뚱한 불평.

<조직위 계획 잦은 변경>
제주와 부산에서의 시·도 자체행사가 조직적이고 질서있게 이뤄진데 반해 올림픽조직위의 계획은 행사 때마다 마구 바뀌어 시.도올림픽준비 관계자들로부터 『올림픽조직위가 다된 밥에 재를 뿌리고 있다』는 빈축을 사기도.
제주도청은 외신기가자들용으로 호텔을 잡아놓으라는 조직위의 지시에 따라 객실 40여개를 예약했으나 정작 외신기자들에게는 전혀 홍보가 되지 않아 예약된 방에 들어간 것은 일본시사통신사 기자 4명뿐이었고 행사징에서는 홍보자료를 얻지 못한 외신기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태를 빚기도.
또 올림피아호 승선 때도 출항 직전 비표를 나눠주는 바람에 외신기자들이 몰려 밀고 밀리는 광경을 연출, 환송나온 시민들로부터 『도대체 외양만 그럴듯하게 한다고 성공 올림픽이냐』는 비난을 듣기도.

<이색 봉송 즉흥연설>
헤라신전에서 성화를 채화했던 수석여사제 「카테리나·디다스칼루」여사(28)는 28일 오후 5시 열린 선상 리셉션에서 즉흥 연설을 통해 『제주-부산간의 해상봉송은 서울올림픽을 다채롭게 꾸며주는 이색적인 성화봉송』 이라면서 『올림피아호를 이용한 해상봉송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정신을 구현하는 평화의 항해가 될 것』 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디다스칼루」여사는 의상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듯 27일 오전 11시 제주공항 도착이후 이틀간 어깨와 등이 드러나는 옅은 베이지색 롱드레스, 하얀색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쳐진 드레스 등 4차례나 옷을 갈아입었다.

<시민들 자발적 참여>
29일 부산시내 성화봉송로 주변 빌딩들에 내걸린 현수막들은 종전 국제적인 행사개최 때와는 다른 모양들이 많아 이채.
종전 국제적인 행사 때는 현수막의 구호와 규격 등이 통일됐었는데 비해 이번에는 규격도 건물에 따라 제각기 다른데다 구호도 올림픽구호가 대부분이었지만 『내고장 부산을 깨끗하게』 등 강의적인 것들이 많이 눈에 띄어 시민들이 관계기관의 요청에 의해 의무적으로 내건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했다. <특별취재반>

<오늘의 성화봉송구간>
부산-김해-진해-창원-마산-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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