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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제 도입되면…건설 공사비 최대 14.5% 늘고, 임금은 13% 감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건설 현장의 공사비는 늘고, 근로자의 임금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11일 발간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건설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52시간 근로제로 건설현장의 총공사비는 평균 4.3%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현장은 총공사비가 최대 14.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산연이 37개 건설 현장의 공사 원가 계산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건산연, 52시간 근로제 영향 보고서 #공사비 평균 4.3%, 최대 14.5% 증가 #임금은 관리직 13%, 기능직 8.8% 감소 #

건산연에 따르면, 조사 대상 건설 현장 관리직 직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9.8시간이다. 기능직은 56.8시간이다. 52시간제를 적용할 경우 관리직과 기능직의 근로시간 감소율은 각각 13%, 8.4%다. 건설업체가 이들의 임금을 유지하면서 공사 기간을 맞추려면 인력을 더 뽑아야 한다.

이 경우 직접 노무비는 평균 8.9%, 최대 25.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리직을 늘릴 경우 간접 노무비는 평균 12.3%, 최대 35%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한 총공사비는 최소 0.3%에서 최대 14.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증가율은 4.3%다.

건설업체가 공사비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금 삭감에 나설 경우,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려 건설 근로자의 임금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건산연은 관리직 임금은 13%, 기능직은 8.8%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총공사비 상승분이 계약 변경을 통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업은 궁여지책으로 근로자 임금 삭감을 통해 공사비 증액을 최소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경영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건산연이 건설사 100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1%는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애로 사항에 대해선, ‘공사 기간 및 공사비 증가’를 첫째로 꼽았다. 다음은 ‘공사비 증가에 의한 경영 상태 악화’, ‘발주기관의 근로 조건 변경에 대한 무관심’을 꼽았다.

최은정 부연구위원은 “건설업계는 적정 공사비 확보 문제로 불만이 많은데, 근로시간 단축은 건설업계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자칫 건설업계의 치명적인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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