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의 유도」가 「힘의 유도」에 질 수 없다|일, 88에 종주국 자존심 걸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기술의 유도가 힘의 유도에 뒤질수는 없다. 일본 유도의 명예와 전통을 서울에서 반드시 되살리자』 -.
서울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4개 획득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는 일본 유도 대표팀이 이같이 다부진 각오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제7차 합숙 강화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은 그동안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다양한 상대들과 실전 훈련을 쌓았고 오사카성 일주 마라톤, 노베오카시의 아타코산 맨몸 등반, 바닷가 모래사장 달리기 등 이색적인 체력 훈련을 받아온 끝에 지난 22일부터 동경 강도관에서 마무리 기술 훈련에 돌입했다.
다채로운 훈련을 갖고 있는 일본 대표팀이 지금까지 웨이트 기구를 이용한 근력 훈련은 한번도 시도하지 않고 있는 점은 기술을 추구하는 일본 유도의 자존심을 대변한다 할수 있다.
『힘이 좋다고 해서 상대를 내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족한 힘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 바로 기술이 유도의 생명이다.』
「우에무라」 감독의 이같은 지론은 유도의 정통 이론이긴 하지만 일본 유도의 위세를 떨치는데 꼭 들어맞지 만은 않았다.
큰 체격과 지칠 줄 모르는 힘을 앞세워 저돌적인 대시로 일관하는 유럽의 힘의 유도, 힘과 기술이 적당히 혼합된 한국의 변칙 유도 앞에서 일본은 최근 다소 밀리는 경향을 보여온 것이다.
일본 유도는 유도가 64년 동경 올림픽에서 첫 채택된 이래 그들이 참가한 네차례 올림픽에서 총 24개의 금메달 중 13개를 따냈으며 세계 선수권에서도 56년 제1회 대회 이후 지금까지 15회를 거치는 동안 총77개의 금메달 중 51개를 휩쓸 만큼 절대 강호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최근 세계 유도계가 「보다 공격적인 유도」를 추구하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밀고 들어오는 파워 유도 앞에서는 기술을 걸 찬스 포착마저 힘들어졌던 것이다.
「한판」「절반」 등 통쾌한 승부는 점차 사라지고 누가 더 공격적인 자세를 보였나에 따른 「판정」 승부가 잦아졌다.
중간 치기였던 한국 유도도 이에 따라 기술보다는 힘을 좇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일본 유도는 끝까지 기술 유도를 고집하며 서울 올림픽을 벼르고 있는 것.
20여일 후 서울의 매트에 모습을 드러낼 일본 유도의 활약 여부는 유도 라이벌 한국의 종합 성적 10위권 진입에 크게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향후 세계 유도계의 판도를 힘이냐, 기냐로 가름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동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