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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재해 확대 이어…점심시간 이동 중 사고도 산재 인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김규호(가명) 씨는 지난달 횡단보도에서 넘어져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인근 식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재해 보상을 신청했지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내에 구내식당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11일부터는 김씨와 같은 경우도 재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열린다.

구내식당 유무와 관계 없이 #사업장 인근 식당도 포함 #사적인 약속은 인정 안 해 #산재 보상범위 빠르게 확대

서울 중구 무교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앞 나눔광장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쉬고 있다. 조문규 기자.

서울 중구 무교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앞 나눔광장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쉬고 있다. 조문규 기자.

근로복지공단이 10일 이 같은 내용의 산재보험법 지침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식사를 위해 사업장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거나, 식사 후 사업장으로 복귀하는 도중에 다쳐도 업무상 재해로 보겠다는 취지다. 현재 식사 관련 사고는 ‘휴게시간 중 발생한 사고’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데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는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의 지배관리는 매우 좁게 해석됐다.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구내식당이 없으면 업주가 지정한 식당을 이용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식이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식사도 출퇴근과 마찬가지로 업무와 밀접한 행위임을 고려해 구내식당 유무와 상관없이 사회 통념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로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내식당이 있는 사업장의 근로자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사업장 밖에서 지인과 만나기 위해 이동 중 발생한 사고나 점심시간 내 사업장 복귀가 불가능한 외부 식당에서 식사 후 사업장으로 복귀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지금처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면 치료비 등의 요양급여, 요양으로 일을 못 한 기간에 지급되는 휴업급여를 받는다. 휴업급여는 요양으로 일하지 못한 1일당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일당 휴업급여액이 1일분 최저임금액(6만240원)보다 적으면 6만240원을 지급한다. 치료 후 신체장해가 남으면 장해급여도 받을 수 있다.

올해 들어 산재 인정 범위는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는 ‘통근버스 등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출퇴근 중 사고’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그러나 2018년 1월부터 대중교통·자가용·자전거 등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경우’까지로 보상 범위를 확대했다.

근로자 보호 범위가 확대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재원 소요는 부담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출퇴근 재해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올해 당장 6493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재해 보상에 필요한 재원은 대부분 기업이 내는 보험료로 충당한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업무와 밀접한 식사라면 장소 제한 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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