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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시간도 멈췄다 … 금강산 가는 옛길, 양구 두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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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물맛 참 좋다. 금강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그런지 깨끗하고 시원하네….”

야생동물 뛰어다녀 ‘사파리’ 별명 #3시간 코스 … 당일 출입 관광 가능

지난달 31일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고방산리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위치한 두타연. 50대 남성 두 명이 두타연 상류 징검다리에서 흐르는 물을 양손에 담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신발을 벗고 발을 물에 담근 뒤 징검다리를 건너 출렁다리로 향했다. 숲길을 따라 두타연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로 향하는 길엔 새소리와 함께 나무에 설치해 놓은 종이 바람에 날려 맑은소리를 냈다.

전망대에 오르자 한반도 지형 모양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 물줄기는 바위 사이 폭포로 끊임없이 떨어졌다.

지난달 31일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민통선 안에 있는 두타연 징검다리를 찾은 관광객들. [박진호 기자]

지난달 31일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민통선 안에 있는 두타연 징검다리를 찾은 관광객들. [박진호 기자]

김왕권(55·경기 용인)씨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잘 보존된 두타연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이렇게 깨끗한 곳을 찾은 건 참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이 바위 사이를 헤집고 떨어지며 형성된 높이 10m의 폭포다. 폭포 아래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소가 있다.

이 소는 수심이 최대 12m나 된다. 물속엔 몸길이 30~70㎝ 크기의 열목어가 서식한다. 폭포 주변은 암석으로 둘러싸여 마치 병풍을 보는 듯하다. 두타연 앞에 선 관광객들은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보며 잇따라 탄성을 질렀다.

두타연은 금강산과 불과 35㎞ 떨어진 곳이다. 6·25전쟁 이후 끊어지긴 했지만, 금강산으로 가는 옛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곳은 50여년간 출입이 통제돼 오다 2004년 자연생태관광코스로 개방됐다. 이후 반드시 사전 출입신청을 해야만 관광이 가능했다. 하지만 2013년 11월부터는 당일 출입 관광도 가능해졌다.

두타연의 명칭은 천 년 전 존재했던 두타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주변 관광 코스는 12㎞로 걸어서 이동하면 3시간가량 걸린다.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볼거리와 마주하게 된다. 두타연을 중심으로 아래쪽엔 무게 8.4t을 견딜 수 있는 출렁다리가 있다.

위쪽엔 양구전투위령비와 전차, 자주포 등이 전시된 조각공원이 있다. 두타연 주변에선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 등 다양한 야생동물도 볼 수 있다.

최성규(69) 문화관광해설사는 “두타연 주변은 전쟁 때 비행기가 날아다니며 지뢰를 뿌리는 바람에 깨끗하게 보존될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겨울에는 산짐승이 두타연 주변을 뛰어다녀 ‘두타연 사파리’라 불린다”고 말했다. 두타연 입장은 3~10월 오전 9시~오후 5시, 11~2월엔 오전 9시~오후 4시까지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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