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우리도 친디아처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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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이슬람 대국인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적극적인 개혁.개방정책으로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자 유치를 위해 알짜 국영기업 지분을 팔거나 민영화하고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웃 중국과 인도의 눈부신 경제 발전에 자극받아 국영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개방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이처럼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정치 안정이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외자 유치에 사활 걸어=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국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서 열린 '파키스탄 산업 엑스포 2006' 개막식에 참석해 "더 이상 테러와 사회 불안은 없다"며 "외국 기업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동행한 후마윤 아크타르 칸 상무장관도 "외국인의 100% 지분 보유와 투자 안정성을 법적으로 보장한다"고 밝히고 "현재 700여 개의 외국 기업이 매년 투자 대비 20~40%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달 초까지 계속된 엑스포에는 57개국에서 온 투자가와 기업인 1만3000여 명이 참석했다.

외자 유치와 함께 국영기업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 파키스탄 정부는 국영 파키스탄 텔레콤 지분 26%를 아랍에미리트의 한 기업에 26억 달러를 받고 넘겼다. 이달 말에는 최대 철강사인 파키스탄 철강의 지분 75%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이다. 또 자국 최대 천연가스 업체인 수이 서던 천연가스와 수이 노던 가스를 민영화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파키스탄 천연가스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외자 유치를 위해 내다 판 알짜 국영기업이 최근 3년 동안 26개나 된다. 국영은행은 이미 90%를 민영화했다. 그 결과 파키스탄은 2003~2005년 3년 동안 모두 5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올해부터는 외국 기업 현지법인 설립 등으로 외자를 유치해 적어도 연 30억 달러는 끌어 올 계획이다.

외자가 들어오면서 경제는 급성장세다. 2000년 4.3%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7%로 뛰었고 올해 역시 7~8% 성장이 예상된다. 파키스탄 재무부는 최근 앞으로 5년간 매년 7%대 경제성장을 확신한다고 발표했다.

◆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세계화 추진=파키스탄은 2005년 6월 스리랑카와 최초로 FTA를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중국과도 일부 품목의 조기 자유화를 시작으로 FTA를 추진 중이다. 2006년 1월 1일 발족한 남아시아 자유무역지대에도 참여의사를 밝혔고 올 6월에는 말레이시아와 FTA 협상을 타결할 계획이다. 샤우카트 아지즈 총리는 최근 뉴욕을 방문, "FTA는 파키스탄 경제는 물론 정치와 사회 등 전반적인 국가 세계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외교는 철저히 실리 위주=1999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국민 대대수가 이슬람교도인데도 "국가 발전을 위해선 종교와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력했다. 친미외교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무상 원조와 부채 탕감 등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어냈다. 그는 올 2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핵발전소 건설 지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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