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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학생 체벌금지 아직 이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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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개정안은 시대착오적(체벌 및 두발규제금지)이면서 매우 혁신 내지 진보적(학생위원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보장)이다.

우선 0교시수업과 강제 자율보충수업금지 법제화는 환영한다. 이는 극소수 학생들의 세칭 일류대 진학을 위한 들러리이거나 '학습분위기 맞추기용' '교사들 부수입 제공원'의 의미밖에 없다. 그러나 체벌.두발규제 금지 법제화는 시대착오적이거나 십분 양보해도 시기상조다. 몇 년 전 학교가 붕괴된 원인 중 하나는 김대중 정부가 섣불리 발표한 체벌금지 조치였다.

경제수준 향상과 함께 민주주의가 신장되는 과도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사회현상은 자유보다 방종이다. 체벌금지는 그런 사정을 간과한 대표적인 실패 정책이었다. 선생님에게 잣대로 손바닥 몇 대 맞았다고 초등학생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진 것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두발규제 금지 법제화도 학생 인권보호 차원에서 접근한 것처럼 보이지만 착각이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가의 고교생들처럼 머리를 기르고 교내에서 키스 정도는 '가볍게' 할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돼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해 학습 이외에 그런 생활지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골머리를 앓는 우리 교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편해지니까 좋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것은 아직 우리 학생들에게는 그럴 만한 자정(自淨)능력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학생의 인권도 소중하지만 여건에 맞춰 법제화보다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 이미 시행 중인 '체벌 3수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지 철저하게 감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학교장과 해당 교사를 일벌백계한다면 무리한 법제화를 하지 않고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장세진 문학평론가전주공고교사